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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和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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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im    
화해 (hasim)
서로 사이좋게 살자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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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해
연승. 성원스님
人生(가을 갈대) 슬퍼도 살아야 가야한다는 말씀

가을이다. 바람결이 스산하다. 저 푸른 나뭇잎들은 곧 색이 바랠 것이고, 이내 떨어질 것이다. 악착같이 매달려 있기를 포기한 자작나무 마른 잎들은 벌써 간밤의 비바람 따라 제 왔던 곳으로 가버렸는지, 그 빈 가지에서 까치만 사납게 운다. 가을이다. 마음 한 쪽이 가볍게 흔들린다. 넓은 마당을 가로 지른 한 가닥 빨래줄에 걸린 작은 손수건 마냥 심난하다. 내 나이 쉰 하고도 넷이나 되었어도 감상은 어찌할 수 없구나. 나지막한 목소리의 가수 박일남이 노래한 ‘갈대의 순정’ 인가?   



     갈대의 순정  (박일남 노래)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아라
     아~ 갈대의 순정

     말없이 보낸 여인이 눈물을 아랴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의 순정

     못잊어 우는 것은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아라
     아~ 갈대의 순정


어찌 사나이 마음만 이럴까. 어찌 사나이만 우랴. 어찌 사나이만 사랑에 약할까. 어찌 사나이만 이 노래를 읊으랴. 사람의 마음엔 다 순정이 있으니, 갈대의 순정은 가을의 순정이오 사람의 순정이리니, 사람들아 울지를 말아라~


‘사람들아 울지를 말아라’ 해놓고 생각하니 신경림의 시 ‘갈대’가 떠오른다. 시인의 눈은 사물의 내면까지 꿰뚫어본다 하더니, 갈대가 속으로 울고 있는 것을 본 것 같다. 물론 흔들리는 갈대는 흔들리는 삶이요, 삶은 속으로 울며가는 것이며, 바람에만 흔들린다는 보통의 생각이 아닌, 제 울음에 제가 흔들린다는 발견을 해 낸 시인이다. 맞다. 갈대만 그러랴. 사람 삶이 다 그런 거 아닌가. 제 설움에 제가 울고, 제 울음에 제 삶은 더욱 섧다. 저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오직 저만 알 뿐이다.

   


     갈대   (신경림 시)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최하림 시인의 ‘갈대’는 사람을 참 편하게 해준다. 달관한 인생이다. 그래서 편하다. 편하다 하여 대충 그럭저럭 살자는 것은 아니다. 굳이 억지 부리지 말고, 굳이 따지지 말고, 굳이 버티지 말고 흔들리며 살자는 말이다. 편한 마음을 갖자는 것이다. 올 것은 오게 되어 있고, 갈 것은 가게 되어 있으니. 나아가, 때로는 스스로도 흔들며 살자고 한다. 제 울음에 제가 흔들리는 것은 제가 저를 흔드는 거 아닌가? 위 신경림 시 ‘갈대’와 통한다.



     갈대    (최하림)


     그렇게 흔들리고서도

     한 세월 너끈히 견뎌내는 갈대를 보노라면

     차라리 흔들리고서도

     가을 들녘 좋은 풍경을 만들어 가는 갈대를

     보노라면, 때로는

     무작정 흔들릴 때가 상책인 경우도 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바람 세찬 저녁

     무성한 갈대숲을 헤쳐가다

     꺾여서 말라버린 갈대들의 무성한 절규가

     이명으로 들려와

     나더러, 그렇게 살지 말라 한다


     때로는 흔들리며 살거라 한다

     때로는 스스로도 흔들며 살거라 한다


흔들리며 살고, 흔들며 살고, 그렇게 살지 말고, 이렇게 살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 보니,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 고개를 든다. ‘접시꽃 당신’의 애처가 시인은, 뒤에서 듣기로는, 몸고생 마음고생 참 많이 하였다더니 이런 깊은 경지의 ‘꽃’을 우리에게 전했나 보다. 흔들리는 갈대에서 인생을 보고, 속으로 우는 갈대에서 인생도 본 것과는 달리, 흔들리는 것 자체가 인생이란다? 대단한 詩다. 꽃을 그저 꽃으로만 아름답게 본 것이 아니라 바람과 비에 젖으며 살아가는 인생! 그러니까 힘들어도 헛생각하지 말고 살아가라는 교훈! 인생은 다 그런 거라고 지긋이 눌러주는 말씀이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마지막에 정호승 시인의 말씀이다. 누굴 원망하지도 기대하지도 말라고, 가지를 쳐주는 말씀이다. 말씀이 아니라 아주 단호한 명령이다. 도종환 시인 보다는 세상 꼬락서니 더 많이 보아서 그런가? 이 시는 제목이 곧 주제이다. 이 시는 첫 한 연만 있어도 되는 성 싶은 시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시)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 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 번 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무 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아. 가을입니다. 우리 적석사에서 내려다보는 서해 낙조가 한층 더 붉고 서글퍼지는 계절입니다. 실은 가을이 왔다고 기뻐하고 슬퍼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약하고 여린 사람의 마음인지라 그 마음 따라 이런 저런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불현듯, 여자가수 이자연이 부른 ‘구름 같은 인생’이 귓가를 스칩니다. 갈대가 흔들리는 것이라면, 구름은 흐르는 것이지요. 이 노래도 좋더군요. 아. 가을입니다. 이 또한 한 때일 뿐입니다. 우리 적석사 인연 모든 보살님들 성불하십시요. 2007.09.18.하심. 합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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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승 | 2007.09.18 12:48:11 | 조회수(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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