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도 미처 못오른 가지끝에
- 네 청초한 꽃잎 먼저 돋아나니
- 당당하고
- 춥고 매운 고통속에서도
- 한마디 말없이 견뎌온 너의 모습이
- 장하구나.
- 나막신 끌며 매화 옆에 이리저리 서성이자니
- 달도 함께 날 따라 봄 뜰을 해일 수 없이 헤매 돌고
- 나조차 찾기 어렵도록 밤은 깊어 가는 그사이
- 달빛 젖은 매화내음 옷깃도 흠뻑 젖고 내 온 몸 속 그득하이
- (...餘吟.) 내가 매화인지 매화가 나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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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梅妻鶴子 퇴계선생의 깊고 애틋한 사랑노래들중 도산매화영
- =이관희풀이)
步躡中庭月趁人
梅邊行遶幾回巡
夜深坐久渾忘起
香滿衣巾影滿身
:陶梅詠
"정녕 매화가 이렇게 아름답고 고운 꽃이었던 줄 모르고" 짐승마냥 욕심에 뭍 혀 살아 오다가 내 나이 얼핏 일흔을 넘어 섰더니 선생이 써 두시고 간 반 천년 지난 이제서야 비로소 싯귀들 맛 본다네 흉내내기 얽매여 글 쓴 뜻을 짐작하지 못해서야 무슨 맛으로 살겠는가 글 뜻 가까이 가까이 다가들어 보니 옛 분들 글 쓰시던 그때가 되었구려.내 취향 따라 새로 풀어 쓰다 보니 반 천년 거슬러 그때 그 매화가 보이네
정신을 수습하여 내 다시 매화 되니 눈(雪)빛 속에 청매(靑梅)라네 희다가 못하여 더 더욱 하얗게 되고 더더욱 하얗다가 푸른 빛 된 것일세
“내 전생이 모란이 더니 마침내 사람으로 태어나 오늘 매화 앞에 섰노라”
다시 후생에 이만한 꽃 되고자 수백 겁을 더 견뎌 인연을 쌓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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