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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와 禪 - 자기가 자기를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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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야기 / 茶와 禪


차를 마신다 함은 마음을 씻어내는 것
세상에서 가장 듣기 편한 이야기가 무엇일까?
“그대 말이 옳아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네요” 따위의 말이 아닐까?
듣기 좋은 이야기는 여러 가지일 것인데, 왜 그런 갈래의 말들이 듣기에 가장 편하다고 여길까?
그 이야기의 건너편을 보면 아주 쉬운 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네가 틀렸어”, “넌 참 나쁜 사람이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언젠가부터 “그대가 옳다”는 말이 무섭고 두렵다.
그런 말을 달게 들으려는 벌레 같은 마음이 스스로를 슬프게 만드는 탓이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듣는 날이면 마음에 가득 찬 구더기들이 들끓지는 않는지 늘 두렵다.
대체 내가 무엇 때문에 그런 이상한 소리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

몸을 묶은 채로 놋거울의 뒷면을 통해 마음을 보려고 노력하는 선비의 모습.
이 시대의 우리는 무엇을 보려 노력하는가.(장승업의 소나무 아래의 선비)

그 말은 어떤 경우에도 나의 목을 누르는 칼날임에 틀림없다.
스스로를 돌이켜 한님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말을 들을 까닭은 달리 없을 터.
아니 한님이라 하더라도 그런 말을 들을 까닭은 어디에도 없다.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아마도 내게 상처를 내려 하거나 내게 무엇인가를 요구할 것이다.
그 상처가 어떤 것이고, 그 요구가 무엇이든 말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하고 옳다는 소리를 들으려 하는 이 간사한 마음은 무엇인가?
아무런 이득이 없는 그 소리에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지 않은 소리에 마음을 찡그리는 그 요사는 대체 무엇인가?

아무래도 그것은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것이리라.
부질없는 자존심이 그 바탕이요 덧없는 지식이 그 도구일 터.
그것이 곧 한님을 찾으면서 한님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진실’이 아닐 것인가.

차를 마시는 일은 한편 비움이요 다른 한편 채움일 것이니,
자신이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면 비울 것도 달리 없으리라.
살인에도 핑계가 있으니, 진리를 주장함에 어찌 그 나름의 근거가 없을 것인가.

어느 중국 노인, 만든 지 20여년도 채 안된 유약 바른 잡동사니 차호를 가져와서
북송시대 관요(官窯)에서 만든 초기의 자사차호라고 주장하던 그 노인은
거기에 입힌 유약이 현대 화공유약임을 몰랐다.
그는 그 차호가 진품임을 주장하는 글을 몇 잡지에도 실었고,
그 이야기가 아직도 진실이라 믿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는 날까지 그렇게 믿을 것이다.
어쩌면 죽고 나서도 그렇게 믿는 영혼이 되어 그 도자기의 거짓에 묻혀 육도를 윤회할 것이다.
왜냐하면 옳다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어느 누구도 애써 그것을 말해줄 리 없고,
말해줘도 그가 믿을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그는 아마 그를 ‘뭔가 제대로 모르는 사람’으로 치고 넘어갈 것이다.

차를 마시는 일은 그런 마음을 내려놓는 사업의 시작이다.
차를 마시는 일은 몸을 씻고 마음을 씻는 빗자루이기 때문이다.
참선을 하는 이가 도량의 마당부터 쓸어내는 것과 차를 마시는 일은 어쩌면 같은 일일 것이다.

굳이 도량에 물 뿌리고 비질을 하는 일이 어제의 나를 쓸어내어 그 도량을 빈 도량으로 삼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듯,
차를 마시는 일도 그렇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비우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차를 마시던 옛 사람들이 차를 일러 비움이라는 뜻에서 ‘레’라고 불렀던 것도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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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6 21: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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