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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송 173 앙굴리말라 테라 이야기

 

법구경.jpg

 

앙굴리말라(Angulimala)는 꼬살라 국 빠세나디 왕의 왕실 제사장의 아들이었다. 그의 본 이름은 아힘사까(모든 생명을 해치지 않음)로서 부드럽고 자비심 넘치는 성품에다 매우 영특하여 명성이 높았다. 아힘사까는 나이가 들어 당시 유명한 교육 도시였던 탁실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타고난 성품대로 스승에게 잘 순종했다. 그 때문에 그는 스승과 스승의 아내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고, 또 공부에도 뛰어났다.

그가 그처럼 스승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공부도 잘하자 그의 동료들은 그에게 질투심을 느꼈다. 그들은 아힘사까를 모함하여 아힘사까가 스승 몰래 스승의 부인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스승에게 밀고했다. 학생들의 이런 말을 들은 스승은 처음에는 그 말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또 다른 여러 학생들이 그렇게 말해 오자 스승은 점차 아힘사까를 의심하게 되었다.

마침내 스승은 분노가 치밀어 아힘사까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다른 학생들 앞에 공언했다. 스승은, 자기가 직접 아힘사까를 살해하면 처벌을 받을 것이므로 교묘한 방법을 써서 결과적으로 그가 해를 입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힘사까로 하여금 엄청난 일을 저지르도록 사주함으로써, 그가 자기 앞에 사죄하든지, 자기의 결백이 증명될 때까지 투쟁하리라 결심했다.

어느 날 스승은 아힘사까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아힘사까야, 나에게는 값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특별한 가르침이 있느니라. 너는 그것을 알고 싶지 않으냐? 그것은 참으로 희귀한 것으로서, 아주 특별한 일을 해내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보배이니라.”

이런 스승의 충동에 마음이 움직인 아힘사까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귀중한 것을 배우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저는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그에게 지시하는 것이었다.

“너는 지금부터 남녀를 가리지 말고 일천 명의 사람을 죽여야 한다. 그러면 나는 네게 값진 가르침을 전해주마.”

아힘사까는 한 사람도 아니고 무려 일천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을 죽여야만 한다는 말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값진 가르침을 열렬하게 원했기 때문에 마침내 스승의 지시대로 행동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아힘사까는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는데, 이제 그는 아힘사까가 아니라 힘사까(생명을 해침)인 셈이었다. 그 뒤 그가 사람을 죽인 숫자가 많아지자 그는 자기가 죽인 사람의 숫자를 기억하기 위해 죽인 사람의 엄지손가락을 잘라 줄에 꿰어 목에 걸고 다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앙굴리말라(손가락 목걸이)라고 불렀다. 그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대피했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은 그에게 희생되었다.

이 소식은 꼬살라 국왕 빠세나디에게도 전해졌다. 앙굴리말라의 어릴 적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왕은 본래 어질고 착하던 그가 필시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더라도 그가 백성들에게 주는 피해가 엄청났던 만큼 왕은 곧 병사들을 동원해 앙굴리말라를 체포하러 떠나려 했다. 이때 앙굴리말라의 어머니 만따니는 국왕이 병사들을 동원하여 자기 아들을 잡으러 간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가 먼저 가서 아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국왕에 앞서 숲 속으로 달려갔다.

이때 앙굴리말라의 목에는 구백아흔아홉 개의 엄지손가락이 걸려 있었다. 그는 이제 한 개의 손가락만 더 채우면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도망치곤 했기 때문에 그는 아직껏 마지막 한 사람의 손가락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부처님께서는 이날 아침 일찍이 신통력으로 세계를 두루 살피시다가 앙굴리말라를 보시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반조해 보시고 만약 그와 그의 어머니가 만나는 것을 막지 않으면, 그는 마지막 손가락 하나를 채우려는 욕심에 어머니까지 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시었다. 그랬을 경우 앙굴리말라는 지옥에 떨어져 기나긴 세월 동안 큰 고통을 겪을 것이 뻔한 이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자비심을 내시어 앙굴리말라가 머물고 있는 숲으로 향하시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앙굴리말라의 잔인성을 이야기하며 위험하니 가셔서는 안 된다고 부처님을 말렸지만 부처님께서는

“여래가 가지 않고는 그의 악행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

고 말씀하시고 그를 찾아가시었던 것이다. 이때 앙굴리말라는 여러 날을 두고 잠을 자지 못하여 거의 지쳐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그런 한편으로 이제는 마지막 한 사람만 죽이면 목표를 달성케 되는 만큼 마음이 아주 흡족했다. 그는 스스로 ‘이제는 어느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이 나의 표적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는 그 사람을 죽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이런 생각을 다지며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부처님께서 다가오고 계시었다. 그는 주저 없이 큰 칼을 높이 쳐들고 부처님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뒤로 도시어 느린 걸음으로 걷기 시작하시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가 아무리 쫓아가도 부처님과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는 힘을 다해 달렸지만 도저히 부처님 가까이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나는 말이 달리면 말을 쫓아갔고, 코끼리가 달리면 코끼리를 따라잡아 타고 있던 사람을 붙잡아 죽였는데, 저렇게 천천히 걸어가는 수행자 하나를 쫓아가 잡지 못하다니.’ 하고 생각했다. 결국 지친 그는 부처님을 향해 다음과 같이 세 번을 소리쳤다.

“사마나(수행자)여, 거기 멈추어 섰거라!”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를 돌아보시며 말씀하시었다.

“앙굴리말라여, 여래는 여기 멈추어 서 있느니라. 멈추어 서지 않는 것은 실은 네가 아니냐?”

그는 부처님께 물었다.

“빅쿠여, 그대는 멈추어 서 있지만 나는 멈추어 서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은 무슨 뜻인가?”

부처님께서 대답하시었다.

“앙굴리말라여, 여래가 멈추어 서 있다 함은, 여래는 모든 생명을 해치기를 그치고, 모든 생명을 잔인하게 다루기를 그쳐, 우주적인 자비와 인욕을 이루고 자신을 돌아보는 참된 지혜를 성숙시켰다는 뜻이니라. 그러나 너는 지금 사람 죽이기를 버리지 않고, 사람에게 잔인하게 대하기를 그치지 않으며, 자비와 인욕을 버리고, 너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는구나. 그러므로 너는 멈추어 서 있지 않다고 한 것이니라.”

앙굴리말라는 부처님으로부터 들은 이 말을 가만히 반조해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분명 지극히 현명한 분의 말씀이다. 이 빅쿠는 실로 드물게 현명하며, 또한 두려움을 모르는 위대한 분이다. 이런 분은 많은 빅쿠들을 거느리고 지도하는 위치에 있어 마땅하다 하겠다. 참으로 이분이야 말로 천상과 인간들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스승이신 부처님 바로 그분일 것이다! 아, 부처님께서 직접 나를 위해 이곳에 오시어 모든 악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도록 자비와 지혜의 빛을 보이고 계시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앙굴리말라는 자기가 그동안 저지른 큰 악행의 과보에 공포를 느끼고 뉘우치는 마음이 생겼다. 그는 손에 든 칼을 땅 속에 박고 피 묻은 손가락들로 엮은 목걸이도 벗어 던졌다. 그런 뒤 부처님의 발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비는 한편, 자기를 부처님의 제자로 받아 달라고 애원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크나큰 자비심으로 그를 너그러이 받아들이시고, 그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부드러운 말씀으로 위로해 주시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빅쿠가 될 지니라.”

하고 선언하시자 당장에 그의 머리카락이 저절로 깎이고 까사가 입혀졌다. 그리하여 앙굴리말라는 다시 예전의 아힘사까로 돌아가 어질고 착한 사람으로 변하여 부처님의 뒤를 공손히 따라 제따와나 수도원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모든 사람이 부처님의 위신력과 대자대비에 탄복하는 한편, 자기들의 눈을 의심하였다.

한편 사왓티에서는 시민들이 왕에게 잔인한 앙굴리말라는 잡아 다스려야 한다고 성화가 대단했다. 그래서 왕은 오백 필의 말과 군사를 거느리고 앙굴리말라를 체포하려고 떠나면서 먼저 부처님을 뵈었다. 왕은 수레가 갈 수 있는 데까지는 수레를 타고 간 다음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부처님께 갔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시었다.

“대왕이여, 대왕은 왜 이토록 많은 군마를 동원하였소? 혹 빔비사라 왕이 국경을 넘어 공격해 온 것이오? 아니면 반란이라도 일어났소?”

왕이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앙굴리말라라는 희대의 살인마가 나타나 나라 안을 온통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기 때문에 그를 체포하러 가는 길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물으시었다.

“대왕이여, 만약 그 앙굴리말라가 지난날의 모든 악행을 다 버리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까사를 입고 빅쿠가 되어 계행을 지키며 마음을 고요하게 다스리는 수행을 하게 된다면 그를 어떻게 대하시겠소?”

“부처님이시여, 그렇다면 저는 마땅히 인사를 올리고 일어나서 반갑게 맞이하여 자리를 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 왕궁으로 초청하여 공양을 올리며 머물 곳과 의복·음식·약품들을 공급하면서 이치에 따라 보호하고 존경하겠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이시여, 악랄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어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해친 그 같은 자가 어떻게 엄정한 계행을 지키고, 자신을 억제하여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겠습니까?”

이때 앙굴리말라는 부처님 가까운 곳에 조용히 앉아 좌선하고 있었는데, 빠세나디 왕의 대답을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오른손으로 앙굴리말라를 가리키시며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대왕이여, 앙굴리말라가 저기에 앉아 있소.”

그러자 빠세나디 왕은 깜짝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부처님께서는 왕을 위로하시며

“빠세나디 왕이여, 무서워하지 마시오.”

라고 세 번이나 말씀하시었고, 그래도 왕이 안정을 찾지 못하자 다시

“왕이여, 무서워할 것은 없소.”

라고 말씀하시었다. 그제서야 왕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몸과 마음이 안정되었다.
왕은 잠시 후 앙굴리말라에게 다가가

“존경하는 성자 앙굴리말라시여.”

“예, 대왕이시여.”

“성자께서는 무슨 계급의 어느 자손이신지요?”

“대왕이시여, 제 아버지는 각가이며, 어머니는 만따니입니다.”

왕은 그가 진짜 앙굴리말라인 것을 확인하고 나서, 이제부터 자기는 앙굴리말라의 신자가 되어 까사와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앙굴리말라는 자기는 지금 가진 것만으로 만족한다면서 왕의 제안을 공손하게 사양했다.

빠세나디 왕은 부처님 곁으로 다시 다가와 부처님의 오른편에 앉아 합장으로 공경의 예를 표한 뒤에 이렇게 찬탄했다.

“부처님이시여,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부처님께서는 실로 정복하지 못할 자를 정복하시었고, 다스릴 수 없는 자를 다스리시었으며, 난폭한 자를 조용하게 만드시었고, 사나운 불과 같아서 꺼버릴 수 없는 자를 꺼버리시었으며, 저희로서는 창과 칼로도 다스릴 수 없는 자를 잘 다스리시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참으로 위대하시고 거룩하십니다!”

이렇게 최상의 찬사를 드리고 나서 왕은 할 일이 많다면서 그곳을 떠나 왕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앙굴리말라는 그 뒤로 열심히 수행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아라한이 되었다.

앙굴리말라가 아라한이 된 뒤의 어느 날, 그는 탁발 도중에 사람들이 서로 패싸움을 하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돌멩이와 막대기 따위를 마구 던져댔기 때문에 그곳을 지나던 앙굴리말라는 본의 아니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성내는 기색이 없이 모든 것을 자기의 행위에 대한 과보로 여겼다. 그는 그런 와중에서 일심으로 자기의 마음을 관찰하며,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부처님이 계시는 수도원에 돌아왔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여래의 아들이여, 너는 이제 모든 악을 다 멀리 던져 버린 사람이니라. 앙굴리말라여, 부디 인욕하라, 널리 용서하라. 네가 지난 날 범한 악행으로 인해 너는 지금 이런 과보를 받고 있는 것이니라. 만약 이 일을 겪지 않을 진데 너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기나긴 세월을 니라야(지옥)에서 보내야 했으리라.”

부처님의 이 설법이 끝난 뒤 앙굴리말라는 평화롭게 빠리닙바나를 실현했다.

다른 빅쿠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앙굴리말라는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여래의 아들은 빠리닙바나를 실현하였느니라.”

그러자 빅쿠들이 그 말씀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잔인한 그가 어떻게 빠리닙바나를 실현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시었다.

“빅쿠들이여, 앙굴리말라가 그 같은 악행을 저질렀던 것은 그에게 진실한 벗(Kalyana-mitta:善友)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그는 뒤에 훌륭한 벗을 찾았고, 벗들을 통해 담마를 알게 되었으며, 그 뒤로 열심히 수행하여 마음 집중을 잘 이루었느니라.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아라한이 되었나니, 그의 수행의 힘이 그가 지난날 저지른 모든 악행을 훨씬 능가했던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그가 행한 착한 공덕

과거에 지은 모든 악행을 압도했나니

이 세상에 밝은 빛을 남겼도다.

마치 구름을 벗어난 달이 밝게 빛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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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20: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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