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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 한정미

 

소풍 / 한정미-경북일보 문학대전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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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등산로에 벚꽃이 활짝 폈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가족들의 나들이 행렬에 나도 발걸음을 올려놓는다. 앞서 가는 아이엄마의 손에는 맛난 도시락이 들려 있고, 해맑은 아이의 웃음이 눈에 들어온다. 봄바람을 잡으려는지 아이는 저만치 먼저 뛰어가다 뒤돌아서서 엄마를 부른다.

 "엄마!"​

 행복한 나들이를 하는 가족을 보니 뭉게구름 사이로 고이 간직했던 그리움 하나가 피어 오른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은 다름 아닌 엄마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첫 소풍을 가게 되었다. 반 친구들은 신이 나서 소풍을 기다렸으나 나는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

 '김밥을 싸 갈 수 있을까?'

 술과 도박에 빠져 있던 아버지에게 집은 안중에도 없었다. 자연히 집은 쪼들렸고 엄마의 부업으로 근근이 하루하루를 견디어 나갔다. 네 남매의 맏이였던 나는 우리 집 형편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철이 일찍 들어 걱정이 앞섰다. 엄마한테 김밥을 싸달라고 했지만 걱정은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드디어 봄 소풍을 가는 날이 다가왔다. 엄마는 김밥을 말기 위해 앉았다. 군침이 돈 동생들이 주위를 맴돌았으나, 엄마는 도시락에 손도 못 대게 했다. 김밥 속은 단무지와 달걀지단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기뻤다.

 반 친구들과 어울려 도심의 공원으로 소풍을 갔다. 공원입구에 다다르자 저 멀리 엄마가 보였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동생 한 명은 업고 양손에는 동생 둘의 손을 잡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땅바닥에는 도시락을 싼 보자기가 놓여있었다. 소풍을 따라 온 친구 엄마들과는 달리 우리엄마는 너무 초라해 보였다. 나는 몸을 숨기고 말았다.

 엄마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까맣고 동생을 등에 업고 손잡은 모습이 부끄러웠다. 엄마는 몸을 숨기는 나를 보지 못했다. 왁자지껄한 장기자랑과 보물찾기가 이어졌다. 친구들은 깔깔대며 즐거워했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다. 자꾸만 어른거리는 엄마의 모습에 소풍이 즐거울 리 만무했다.

 소풍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생들은 곤히 낮잠을 자고 엄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벙어리 마냥 아무 말이 없었다.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후 엄마는 소풍에 따라나서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봄이 오가고 지금처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어느 봄날이었다. 몸이 허약했던 엄마는 아버지로 인해 더 애를 태워 병마까지 찾아들었다. 좀처럼 병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엄마는 한동안 병원에서 지내야 했다. 토요일 오후 엄마를 간호하던 동생과 교대를 했다. 엄마는 병실로 들어서는 나를 보자 난데없이 병원 뜰의 꽃이 보고 싶다며 나가자고 했다.

 검불처럼 가벼운 엄마를 휠체어에 싣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는 깊은 숨을 들이키며 봄을 마셨다. 바람 한 점 둘어와 야윈 어깨 위로 꽃비를 떨어트렸다. 엄마는 오래 동안 지그시 눈을 감고 미동조차 않았다. 이렇게 꽃을 보니 마치 소풍 온 것 같다며 흐뭇해 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에게 엄마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미야, 엄마는 그날 너를 보았어!"

 휠체어를 잡은 나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친구들과 공원으로 소풍 갔던 날, 엄마는 몸을 숨기는 나를 보고서는 돌아섰다고 했다. 못난 부모 만나 맏이로서 고생한다며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누구보다 내 마음을 안다며 링거 꽂힌 손으로 더듬어 떨고 있는 내 손을 잡았다. 소리 없는 나의 눈물이 맞잡은 두 손 위에 떨어졌다.

 문득 왔다 사라지는 봄날처럼 그해 여름에 엄마는 우리들 곁을 떠나갔다. 이별을 예상했던 엄마가 늘 마음에 두고 있는 나를 알고서 함께 나가자고 한 것이었다. 오래 동안 나는 가슴을 움켜잡고 엄마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손 내밀 곳 아무데도 없이 우리 남매​들은 세상으로 내던져졌다.

 나에게 매년 돌아오는 봄은 봄날이 아니었다. 생채기가 난 가슴은 봄이면 어김없이 생앓이를 했다.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나간 후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엄마가 되고서야 내 마음을 안다는 우리 엄마의 말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강물이 흘러가듯 아픔도 저물고 차츰 봄이 봄으로 다가왔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봄날이다. 엄마랑 다시 한 번 소풍을 가고 싶다.

 아이가 쪼르르 달려 와 엄마 품에 아긴다. 품에 안긴 아이가 푸른 하늘을 쳐다본다. 나도 고개를 든다. 고운 우리 엄마만큼이나 높고 푸르다.

 "엄마!"

 나지막이 불러본다. 엄마보다 나이를 더 먹고 주름이 더 잡힌 나를 알아볼까? 난데없이 새 한 마리 날아와 벚나무에 앉는다. 오랜 시간 마음에 두고 있는 나를 알고 있었듯이 분명 지금 나의 모습도 알아보리라. 바람에 뭉게구름이 밀려간다. 이 좋은 봄날 함께 소풍가자며 손을 뻗어 본다. 나의 손에 힘이 가해진다. 엄마와 마지막으로 잡았던 그 손이다. 나무에 앉았던 새가 포르르 날자 머리위로 벚꽃이 떨어져 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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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6 14: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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