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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불교강의] <30> 불교란 무엇인가(3)

 

서양의 불교.jpg

 

유일神 부정…業力따라 윤회 
“우리는 생의 한순간도 쉬지않고 인연의 천을 짜고 있습니다 ” 

이제 어려운 문제에 접어 들었습니다.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윤회’를 알아봅시다. 이 문제는 서구에서 문학에서만 조금 다루었을뿐,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낯선 것입니다. 윤회의 주체는 영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불교에선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윤회하는 것은 업(業, karma)인데, 그것은 일종의 정신작용으로서 무한히 전생(轉生)하는 것입니다. 서구에서도 이런 생각을 한 사상가가 여럿 있는데, 특히 피타고라스가 대표적입니다. 피타고라스는 전생에서 트로이전쟁에 참가하였다고 하는데, 그 전쟁에서 사용했던 방패를 어느 사원에서 발견하였습니다. 플라톤의 <신국론(神國論)> 제 10권에는 ‘에르’라는 이름의 병사의 꿈이야기가 나옵니다. 환생할 영혼들이 망각의 강물을 마시기 전에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는 것을 그는 꿈에서 봅니다. 그는 아가멤토(트로이전쟁의 그리스코 총사령관)가 독수리를, 오르페우스(그리스신화의 하프의 신)가 백조를 그리고 율리시스가 인간중에서 가장 비천한 자로 환생하도록 선택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엠페도클레스는 전생을 기억해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가씨였고, 사슴이었으며, 바다의 말못하는 고기였다.” 시저는 영국 켈트족의 사제계급인 두루이다들이 윤회를 믿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켈트족의 시인 탈리에시는, 자신은 우주의 모든 사물이 되어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전쟁터의 장군이었고, 손에 들린 칼이었으며, 육십개의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였고, 마술에 걸려 물방울 속에 갖혔으며, 밤하늘의 별이었고, 빛이었으며, 나무였고, 어느 책의 글자였으며, 맨 처음엔 한권의 책이었다.” 니카라구아 출신으로 중남미의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루벤 다리오는 자신의 아름다운 시를, “나는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침대에서 잠을 잤던 병사였다…”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윤회는 문학의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신비주의자들에게서도 윤회사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플로티누스는 말하기를, 이 생에서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것은 마치 이 침대에서 자다가 다른 침대로, 혹은 이 방에서 자다가 다른 방에서 자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전생에서도 이런 행동을 한 것 같은 감정을 느끼는 때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단테 가쓰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의 아름다운 시에 보면 “나는 전생에도 이 자리에 있었다”는 귀절이 나옵니다. 이어 그는 사랑하는 여인에 대하여, “당신은 과거에 무수한 생 동안 내것이었소. 그리고 앞으로도 무한히 내것이 될 것이오”라고 고백합니다. 사실 서양에서도 불교의 윤회와 가까운 순환설이 있었습니다. 성 어그스틴 같은 이는 <신국론(神國論)>에서 그것을 비판했지요.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과 피타고라스 학파 사람들은, ‘겁’이라고 하는 무한한 시간의 주기로 우주가 구성되어 있다는 힌두사상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들도 윤회를 믿은 것이지요. ‘겁’이라고 하는 시간 단위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입니다. 여기 천미터가 넘는 쇠로된 산이 있다고 합시다. 육백년마다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그녀의 비단옷으로 그 철산을 스치는데 그 철산이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 일겁의 하루에 해당합니다. 신들의 수명은 대개 겁 단위로 되어있다고 합니다.

힌두 전통에 의하면, 우주의 역사는 주기별로 나뉘며, 주기와 주기 사이 기간에는 베다의 말씀만 남는다고 합니다. 그 말씀에 따라 다음 주기의 세상이 창조된다고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브라만 신조차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며 윤회한다고 합니다. 

언젠가 겁의 시간이 흐른뒤 브라만 신은 다시 태어나 자신의 궁전을 둘러보았습니다. 방과 낭하가 모두 텅 비어 쓸쓸했습니다. 그는 다른 신들을 생각해냈습니다. 그는 다른 신들과 생명들을 창조하였습니다. 창조되어 태어난 신들은 먼저 태어나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브라만 신을 보고, 그가 창조주라고 믿었습니다.

이쯤에서 거시적 우주사에 대한 말씀을 줄이겠습니다. 불교에는 신(神)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혹은 신이 있다 해도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운명이 전생의 업(業)에 의하여 미리 정해졌다고 믿는 것입니다. 내가 1899년에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난 것, 내가 만년에 눈이 멀은 것, 오늘밤 여러분 앞에서 이렇게 강연하는 것 등 이 모두가 내가 전생에 지은 업의 작용입니다. 현세에서의 나의 행동 중 전생의 행위와 무관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업(業)이라는 것입니다. 업이란 너무도 정교한 정신적 구조입니다.

우리는 우리 생의 어느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인연의 천을 짜고 있습니다. 이 천을 구성하는 실은 우리들의 의지, 행동, 잠, 불면 그리고 꿈까지도 그 재료가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그 천을 짜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을때, 우리의 업을 계승하는 다른 존재가 태어나는 것입니다.쇼펜하우어의 제자인 도이센(Deussen) 은 불교를 너무나 좋아했는데, 인도여행중 거리에서 장님 거지를 만났습니다. 너무나 불쌍해 보여 그를 동정하니, 그 거지가 말하기를 “제가 장님으로 태어난 건 모두 전생의 업보 때문이지요. 제 눈이 멀은건 죄가를 치르느라 그런 겁니다. 합당한 결과지요.” 인도 사람들은 고통을 피하지 않습니다. 간디는 병원의 설립을 반대한 적이 있습니다. 병원과 원호시설들은 사람이 자신의 빚을 갚을 기회를 단지 연기시킬 뿐이라는 거지요. 남을 도와줄 때도 신중해야 합니다. 어차피 빚을 갚기 위한 고통이라면, 또한 자신의 잘못을 상쇄시켜줄 어려움이라면, 그것을 겪는 것을 피하게 하는 것은 곧 그 빚을 탕감하는 기회를 지연시키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업은 인정사정이 없는 윤리유지 법이지만, 단순히 전생의 행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현생은 전생에 의해 결정되지만, 전생은 전전생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이렇게 끝없이 원인은 소급됩니다. 인도인들과 불교신자들은 일반적으로 현생이 과거에 무한한 생을 거쳐 왔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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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1 10: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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