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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불교강의] <32> 불교란 무엇인가?

 

서양의 불교.jpg

 

그림자 없는 행위 ‘열반 도달’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만이 불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불교는 인류 구원의 문화유산 모두 정신의 자양분 삼으십시오" 

우리는 늘상 주체·객체, 원인·결과, 논리·비논리, 이것·저것의 이분법적 구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단순 편가름을 넘어서야 합니다. 선사들은 논리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를 제자에게 제시함으로써, 이들이 논리를 초월할 때 비로소 도달하는 진리를 깨우치게 유도합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붓다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스승은, “뜰앞의 잣나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것은 꿈에서 깨어나게 하는 효과를 겨냥한 아주 비논리적인 대답입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보리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물었습니다. 스승은 “마삼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것은 결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말은 사실은 즉각적으로 영감을 일깨우기 위한 방법입니다. 말대신 때리거나 고함칠 수도 있습니다. 제자의 물음에 대하여 스승은 흔히 폭력으로 대답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보리달마에 대해, 지금은 거의 전설적인 것이 되어버린 이야기가 있습니다. 
면벽참선 하고 있는 보리달마에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결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이 찾아와 제자되기를 청하며 그의 허락이 떨어지길 기다렸습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의 왼팔을 끊어 자신의 단심(丹心)의 증거로 스승께 올렸습니다. 그로서는 심사숙고 끝에 그런 행동을 감행한 것입니다. 스승은 그것마저도 환영(幻影)에 속하는 물질세계의 일이므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윽고 그를 불러 무엇을 원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마음이 불안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혀 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스승은 “마음을 가져오너라. 그러면 네 마음을 가라앉혀주마” 하고 대답했습니다. 한동안 시간이 흐른 뒤 제자는 “아무리 찾아도 마음을 못찾겠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스승은 원래 존재하지 않기에, 제 아무리 마음을 찾아도 만날 수 없으리라고 하는 암시를 주었습니다. 그 말에 제자는 즉각 진리를 깨쳤습니다. 그는 자아란 존재치 않는다는 것과 모든 것이 실체를 결여하기 때문에 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선불교의 핵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불교처럼, 신앙을 구속하는 교리를 표명하지 않는 종교를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불교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불교를 나와 무관한 타문화로 볼게 아니라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르침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해 보는 사람만이 불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교는 우리에게 생각하기를 요구하는데, 그 생각이란 우리의 죄와 그 속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본바탕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서구인을 가장 사로잡는 테마인 죄의식은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영(幻影)에 지나지 않습니다.

선불교는 우리 삶의 본질을 직시하라고 가르칩니다. 만일 제가 불교승이라면 이 순간 이제 막 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저의 이전의 삶은 모두 꿈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처럼 이 시간 이전의 모든 우주사(史)도 꿈에 불과합니다. 선의 세계는 미묘한 지적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자아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나는 행복할 수 있다거나 나는 행복하여야 한다라는 생각을 넘어설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평안한 마음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열반이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붓다 자신이 그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붓다는 성스러운 보리수 아래서 열반에 들고난 뒤 그냥 계속 앉아만 있었던게 아니라 수십년간 중생들과 어울리며 가르침을 폈습니다.

열반에 든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간단히 말해, 우리들의 행위가 이제 더이상 그림자를 던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행위 하나하나는 업(業)이라는 정신적 그물을 짜나갑니다. 우리가 열반에 도달하면 우리들의 행위는 이제 더이상 그림자를 남기지 않게 되고, 우리들은 자유로와지게 됩니다. 성 어거스틴이 말하기를, 우리가 구원을 받게되면 도무지 선과 악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의식하지 않고 계속 선을 행하게 될 것입니다.

열반이란 무엇입니까? 서구에서 불교가 일으킨 반향의 상당부분은 ‘니르바나’라고 발음되는 이 아름다운 말에 힘입은 바 큽니다. 그 말은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습니다. 니르바나라는 말의 문자 그대로의 뜻은 무엇입니까? 불이 꺼지는 것 혹은 소멸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아마도 니르바나에 이르면 욕망의 불이 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흔히 열반이란 용어는 큰 소멸, 즉 죽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어느 불교학자가 지적하기를, 붓다 당시의 인도 물리학에선 지금과는 달리 불이 꺼져도 불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붓다는 그런 의미에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는 겁니다. 불이 꺼지더라도 그 불은 없어지는게 아니라 다른 상태로 변할 뿐이라는 거지요. 따라서 니르바나가 단순한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지속됩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인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신비주의자들은 자신의 초월적 경험을 흔히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감정을 표현하는 용어로 나타냅니다. 그들은 포옹, 장미, 포도주 등으로 초월자와의 합일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열반은 그런 비유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열반은 종종 폭퐁우치는 바다 가운데 있는 안전하고 단단한 땅인 섬으로 비유됩니다. 혹은 높은 탑이나 정원으로 비유됩니다. 그것은 사념으로서는 파악할 수 없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는 불교는 그야말로 단편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많은 시간동안 불교에 몰두했습니다마는, 솔직히 말해 제가 알고 있는 불교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오늘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린 불교이야기는 박물관 중에서 유물 한 점을 보여드린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제게 불교는 단순한 한 점의 유물이 아닙니다. 불교는 저에게 있어 구원의 길입니다. 아니, 저뿐 아니라 수억의 사람들에게 그러합니다. 불교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진 종교이며 우
리 모두가 정신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할 인류의 숭고한 문화유산입니다. 오늘밤 이 소중한 주제에 대한 제 말씀을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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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11: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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