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망상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학교 다닐 적에 누구나 외우고 다녔던 문구이다. 데카르트의 심오한 철학적 업적을 이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여하튼 우리 인간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생각은 하고 살고 있다. 이 데카르트의 철학적 사상은 ‘무아’를 내세우고 있는 우리 불교 교리와는 맞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나름 타당성 있는 이론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나는 늘 생각을 하면서 산다. 긍정적인 생각, 부정정적인 생각, 괜한 걱정 근심꺼리 등 쉬지 않고 머리를 뇌를 쓰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머리도 휴식을 줘야 한다며 명상을 하거나 소위 ‘멍 때리기’라고 하여 아무 생각 없이 살아보려고 한다. 또 망상(妄想)이라고 하여 이루어지지도 않을, 다가오지도 않는 이치에 맞지 않는 생각들도 많이 하고 산다. 나도 가끔 이러한 망상에 사로잡히곤 하는데 이 생각에 사로잡히면 물밀 듯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는 생각의 홍수 속에서 머리가 ‘띵’하며 피곤을 느낄 때가 많다. 끊어야지 하면서도 쉽사리 끊어지지 않고 생각에 생각을 더 얹어서 망상을 하곤 한다. 어떨 때는 기도할 때에도 망상에 사로잡혀 마음 맑히려갔다가 혼란스럽게 오기도 한다. 물론 이내 그쳐야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곤 해도, 어느새 망상으로 돌아오곤 한다. 망상의 내용을 보면 주로 소유에 대한 집착이나 나에 대한 집착, 잘 보이려는 마음, 나에 대한 자책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소유에 대한 집착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좀 더 잘했으면 더 가질 수 있었을 텐데,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등등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겉으로야 무소유, ‘적당히 있으면 되지 뭐’ 하는 심정이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는 한정 없는 소유욕이 도사리고 있다. 탐욕을 끊어 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2,600여 년 전 부처님이 설하셨던 무아, 무상, 팔정도, 사성제, 자비심이 우리 모두의 욕심을 끊어 내기 위한 가르침이고, 기도를 통하여 내 안의 탐심을 줄여보고자 하는데, 이 풍진 세상을 사는 우리들이 쉽게 놓지 못하는 망상이 아닐런지!!!?
2020년2월18일 밤 현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