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식
이정우 : 군법사
걸식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삔다빠타(Piṇḍa-pāta)를 번역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말로 탁발(托鉢)·동냥(動鈴)이라고도 합니다. 불교에서 출가 수행자를 뜻하는 ‘비구(니)’라는 말도 사실, 빨리어 ‘비쿠 bhikkhu(ni)’라는 단어를 소리 나는 데로 음역한 것으로 ‘음식을 빌어먹는 걸사(乞士)’라는 뜻입니다. 걸사는 걸인이라는 단어보다는 존중된 듯한 표현이지만 같은 말입니다. 현대에는 일반적 걸인들과 혼동돼 사용되기 때문에 그 진의가 왜곡될 수 있어, 걸인과 걸식보다는 탁발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즉 탁발은 걸식과 같은 의미지만 비교적 더 확실한 불교 용어입니다. 탁발의 발(鉢)이란 음식을 담는 그릇인 불가의 ‘발우’를 가리키는 것이고 탁(托)이라는 것은 ‘맡긴다’는 의미여서, 탁발이란 걸식하여 얻은 음식을 담은 ‘발우에 자신의 목숨을 맡긴다’는 것입니다. 이는 집착과 갈애를 벗어난 청정함이 깃든 수행자의 깊은 결의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걸식은 불교만의 독특한 전통은 아니었습니다. 부처님 재세 당시 기원전 6~5세기 북인도에는 주류를 형성하고 있던 브라흐만교에 저항하여 새로운 종교사상가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자유로운 사상가들인 그들을 통틀어 ‘사문(samaṇa)’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문들은 부처님 외에 불교에서 ‘육사외도(六師外道)’라고 부르는 여섯 부류의 사상가 집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사문 고따마’라는 표현이 자주 경전에 나옵니다. 이 사문들이 의지하던 생활양식이 바로 걸식이었습니다. 이들은 무소유를 실천하고 수행에만 전념하기 위해 거주지에 주방을 두거나 농사를 짓지 않고 걸식을 했습니다. 부처님도 이 양식을 받아들여 불교 승단의 독자적 걸식양식인 탁발로 발전시켰는데, 이것이 가능하였던 것은 인도 특유의 기후와 문화 그리고 마을과 가까운 수행거처와 오후에는 식사를 하지 않고 오전 한 끼만 드시는 수행전통, 탁발도 수행의 한 과정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숫따니빠따>의 ‘까씨 바라드와자의 경’에 따르면, 부처님은 비록 형상적인 ‘밭갈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도 올바른 수행과 참다운 지혜로 마음밭을 갈면서 그 열매인 불사(不死)의 과보를 획득했다고 하십니다. 한국불교에서는 근대화 이전까지도 일부 변형된 탁발의 명맥이 유지되었으나, 이를 빙자한 사회적 물의와 불교계의 대외적 이미지 실추 때문에 공식적으로 탁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군법사·육군 대령
[cnfwjs : 불교신문3690호/2021년1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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