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로 살아가는 일
절에 다닌 지 10년이 지났다. 정확히 말하면 부처님 법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애쓰며 기도에 참여한지가 그렇게 되었다. 그 전에는 막연히 무슨 종교냐고 묻는다면 무교라고 했다가도 그래도 불교가 아닐까? 정도였다. 아무래도 주변 여건이 기독교 쪽 보다는 불교에 가까워서 그랬으리라. 지금은 나름대로 불교교리도 좀 알고 경전도 접해보고 절에 관한 지식도 상당히 알아가고 있다. 그러나 신심이 얼마나 깊고 돈독 해졌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올시다’이다. 2-3년 전에 회주 스님을 뵙는 자리에서 어느 신도님이 불교를 어떤 마음으로 믿으면 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때 회주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절에 처음 왔을 때의 마음으로 믿으면 된다”라고 하셨다. 나도 상당히 공감을 하였고 실제로 나를 비롯하여 많은 불자들이 입문 당시에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불교에 입문하였으리라고 생각한다. 일신상의 절박함 때문에, 인생의 무상함에, 외롭고 쓸쓸해서, 세상살이가 고달프고 괴로워서, 그저 심심해서 불교 공부나 하려고 등등 각각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세월이 흘러서 불자로서 마음가짐과 행동이 부처님 가르침대로 향상되고 실행하고 깨우쳐 졌는가에 대하여는 의문이 든다. 아마도 많이 부족하고 오히려 입문 당시의 초심보다는 혼탁해졌을 수도 있다. 불교에 대해서 조금 알고, 절 사정에도 밝아지면 아무래도 자신도 모르게 아집과 아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늘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관찰하고 늘 참회하라고 하셨다. 나도 입문 당시보다는 지식이 늘어났지만 그에 따른 신심도 따라서 깊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던 입문당시 보다야 기도라든가 예불, 법회에도 많이 참여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고, 생활 속에서도 부처님 가피를 느끼면서 늘 입에 ‘관세음보살’을 염불 하면서 살기는 한다. 나만 느끼는 건지는 모르지만 우리 불교가 기독교에 비하여 신앙심이, 물론 눈에 보이는 외형적 부분이지만,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절대 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기독교에 비해서 나 자신을 믿고, 부처님 법을 믿는 신앙심은 아무래도 무조건적인 신앙심 보다는 당연히 떨어진다고 본다. 신을 빙자해서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빗나간 신앙심보다는 세상을 바로 볼줄 아는 바른 믿음이 중요하다. 어째든 나는 종교에 매몰되어 푹 빠져서 사는 것은 싫고, 공부도 할 수 있고 믿음도 가질 수 있는 불교가 좋다. 또 내가 다니고 있는 우리 정혜사가 좋다. 그러나 내가 입문 당시에는 경전반이나 사찰순례를 가면 우리 거사님들이 많이 참여하였는데 어느 때인가 부터는 거사님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특히 경전반에도 여러 거사님들이 참여하여 공부가 끝나는 밤 9시 이후에 인근에 모여서 나머지 공부도 하면서 신심도 다지고 친목도 다질 수가 있어서 좋았었는데 이제는 거사님들이 참여가 거의 없다. 또 어느 때 인가부터는 기도나 예불, 법회 참여보다는 그저 일반 친목단체로 생각하면서 절에 잘 오지 않는 것도 그러하다. 불자라면 가장 기본이 기도이고, 거사님들은 일요일 날만 올 수 있기에 예불, 법회 참여가 기본인데 참여 거시님들 수도 적고 그것도 매주 오시는 거사님들만 오는 형편이다. 그것은 나와 같은 기수인 도반님들도 그렇고 다른 기수 도반님들도 마찬가지다. 전에 보다는 현저히 떨어진 일요법회 참여자수를 보면 막막한 생각도 든다. 물론 먹고 살려니 바쁘기도 하지만, 개인 볼 일도 보고 산에 가는 신도님들도 꽤 있는 것 같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하여 관여하는 것은 오버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불자라면 매주는 못 오더라도 한 달에 한번이라도 와서 예불, 법회에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 보았다. 또 예불시간이면 법당에 앉아 있어야 함에도 절 주변을 맴돌거나 제 시간을 지키지 않고 늦게 오는 것도 고쳐야할 일이기도 하다. 나 자신도 잘 하고 있지 못하지만 불교의 발전과 불자의 바른 신행생활을 위해서는 개선 되어야 하겠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기독교인들은 세상없어도 일요일 날은 반드시 교회에 간다고 한다. 내가 아는 지인은 일요일 날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교회에 가고 있다. 심지어는 직장 친목야유회나 친구모임, 왠만한 결혼식은 참여치 않고 꼭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있다. 나도 아침에 집을 나서서 절에 오려면 우리 동네를 겹겹이 감싸고 있는 많은 교회에 많은 신자들이 가는 것을 보곤 한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신자들은 주차 정리를 하고 입구에는 환하게 웃으며 여자신자들이 맞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잠깐 부러운 생각도 든다.
우리는 모든 일에 있어서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아가들은 이것저것 잘 먹으며 무럭무럭 잘 자라주면 되고,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며 신체를 단련하면 되고, 군인들은 열심히 훈련하여 나라를 지키면 되고, 직장인들은 월급도둑이 되지 않도록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고, 가수들은 열심히 노래하면 되고, 청소부는 열심히 청소하면 되고, 불자들은 부처님 전에 열심히 기도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고 실천하면 된다. 그 열심히 기도하는 가장 큰 기본이 예불, 법회에 참여 하는 것이다.
지금 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살다보니 온갖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부디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저 눈발처럼 온천지에 두루 내려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2017년 12월 6일 저녁, 현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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