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인과 인생

요즘 축구 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이다. 좀 전까지 드문드문 8강전을 시청하였다. 비몽사몽간에 보긴 하지만 그래도 골이 들어갈 때는 잠깐 깨기도 한다. 90분 간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그 안에서 각종 희로애락을 만들고 기묘한 장면들이 연출되는 걸 보면 우리네 인생살이와 흡사하다. 골을 넣은 팀은 기뻐서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골을 먹은 팀은 아쉬움에 눈물을 삼킨다.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속되면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기고 있는 팀은 어떡하든 골을 지키려고 시간을 최대한 지연하면서 느긋하게 경기를 하지만, 지고 있는 팀은 안간힘을 쓰면서 마음을 급하게 먹으며 계속하여 골대를 노리고 있다. 그러다가 경기를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불리면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다. 선수나 응원하는 사람 모두가 한 몸이 되어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게 되며, 환희에 차거나 슬픔에 휩싸인다. 누군가의 행복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편하게 살려면 누군가의 뒷받침과 희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늘 겸허하게 살면서 고마워하고 소위 ‘갑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내 돈 주고 사 먹는 식당 밥이지만 준비하느라 노고가 많았던 많은 사람들, 곡식을 재배한 농부들, 생산해서 옮겨준 유통업자들, 그 생산품을 판매한 상인들....., 등등 무수한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 있다. 이 음식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먹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이러한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들이 내가 잘 나고 잘 해서 생겨났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부처님께서도 이 세상은 연기(緣起)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모든 인생살이는 ‘인(因)’과 ‘연(緣)’의 연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하였다.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나와 너, 우리들이 함께하는 세상이다. 그 세상살이는 돌고 돌아 나의 업의 결과로 그 과보가 나타난다. 축구 게임의 목표는 상대팀의 골대에 골을 넣는 것이다. 그 과정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정확한 패스와 판단력, 체력, 스피드, 담대한 골 결정력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 중에서 하나라도 삐끗하면 골을 넣을 수가 없다. 잘못된 결정이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듯 잘못된 패스는 골을 잃을 수가 있다. 그 모든 요인들이 모여서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듯 축구도 승패를 가리게 된다. 울고 웃는 인생의 드라마는 축구라는 축소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듯이 우리의 인생도 영원한 성공, 영원한 실패는 없다.

2018년 7월 7일 아침, 현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