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스님의 香水海] 섭섭함은 어디서 오는가?
“고심과 낙심은 어디에서 없어지고 남음이 없게 됩니까?” “수행이 원만한 데서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제4선정에서 없어지고 다하여 남음이 없어진다’고 하셨으니, 괴로움ㆍ즐거움ㆍ기쁨은 다 선정의 문에서 없어져 남음이 없게 됩니다.”
- <선견율비바사> 중에서
도반이 사는 절집에 때때마다 허드렛일을 해주던 보살님이 발길을 뚝 끊은 사건이 있었다. 이유야 뻔했다. 새로 찾아온 불자 한 분이 싹싹하게 설거지도 잘하고, 법당청소도 잘하기에 이것저것 일을 맡겼더니 토라진 것이었다. 자신의 허락도 안 받고 공양간 일을 시킨 때문이었다. 얼마나 섭섭했던지 다시는 아니 찾아오더라는 것이다.
세상에 남의 마음 다 아는 도인이 어디 있겠는가. 몇 십 년을 산 부부도 마음 몰라준다고 섭섭해서는 토라지고 마음에 앙금을 남긴다. 부모자식 간에도 마음을 몰라준다며 섭섭해하고, 낙심하며 방황한다. 스님과 불자와의 관계야 오죽하겠는가.
사람 간의 섭섭함은 어디서 오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해 준만큼 상대방이 보답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때론 해주는 것 없이 바라기만 하는 일에도 섭섭함은 찾아온다. 모두 ‘나’라는 마음 한번 내려놓지 못한 탓이다.
[불교신문3514호/2019년8월2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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