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로금풍(體露金風)
김형규 대표
비움의 계절이 주는 지혜
찬바람이 인다. 가을이 끝을 향해 달린다. 산천을 물들였던 찬란한 계절은 곧 낙엽으로 떨어져 흙바닥을 뒹굴게 될 것이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성어가 있다. 체로금풍(體露金風)이다. 풀이하면 온몸으로 가을바람을 맞게 된다는 의미인데, 속뜻은 본래 자신, 즉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깨우침이다.
벽암록 27칙에 나오는 화두로, 한 스님이 묻는다. “나무가 마르고 잎이 떨어질 때는 어떠합니까?” 운문 스님이 답한다. “체로금풍이다.”
나무를 가렸던 무성했던 잎과 꽃들이 가을바람에 모두 떨어지고 나면 나무의 몸통이 드러난다. 몸통이 드러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겨울 삭풍에 몸속의 진액까지 모두 게워내고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된다. 우리는 그 모습에서 연기적 계절의 흐름을, 화려한 꽃과 잎에 가려졌던 나목(裸木)의 진면을 보게 된다. 우리 또한 몸을 둘러싼 온갖 장신구와 마음을 치장했던 사상과 이념과 아집을 모두 버려야 비로소 가려져 있던 본래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로금풍이 주는 교훈은 비움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감이다. 나무는 해마다 무성했던 잎과 꽃을 모두 비워 초심으로 돌아가기에, 다음 해 새로운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출전 : 법보신문 2019.11.12.일자 기사 일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