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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선사의 ‘남아의 일성’

만해 선사의 남아의 일성

 

만해 선사(1879~1944)의 시 님의 침묵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 시는 떠나버린 님을 절절히 그리워하며 독백체로 하소연하는 여성화자의 간절한 기다림의 미학이다. 동명의 시집의 시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는 전체의 서시에 해당하는 군말이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로 시작하는 이 문장으로 인해 은 조국도 되고 민족도 되고 부처님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너에게도 님이 있느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에 이르면 독립투사로서의 한용운은 유심(唯心)을 설하는 만해스님으로 어느덧 변모해 있다.

 

게다가 시집 <님의 침묵>88편 연작시의 마지막인 사랑의 끝판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에 이르러서는 수동적인 여성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용자(勇者)의 끝판을 보여준다. 골기에 찬 만해의 얼굴이 마지막 시에서 그 본지풍광을 드러내 보여주며 비장함을 부가하는 것이다.

 

이런 면모가 부각된 만해의 한시(漢詩)에는 숨은 명작이 많다. 그의 한시는 전통적인 선비의 절개에다 결기에 차 있는 선승의 풍모가 더해져서 단단하고 탄탄한 풍골(風骨)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설악산 오세암에서 좌선하다 화두를 타파하고 지은 그의 오도송은 선게(禪偈)의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이 시를 보자마자 수도 없이 읊조렸고 지금도 최고의 애호시로 손꼽고 있다.

男兒到處是故鄕(남아도처시고향)

幾人長在客愁中(기인장재객수중)

一聲喝破三千界(일성갈파삼천계)

雪裏桃花片片飛(설리도화편편비)

남아가 가는 곳 어디나 고향이건만/

그 몇이나 나그네 시름에 잠겨 있던가./

한 소리 할을 질러 삼천대천세계를 부수니/

눈 속의 복사꽃이 조각조각 붉었어라.

 

마지막 구절은 원래 편편비(片片飛)’였는데 한 소식을 하고 도반인 만공 선사(1871~1946)에게 이 오도송을 보여줬더니 그는 절친한 도반의 오도를 기뻐하며 기왕이면 편편홍(片片紅)’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흰 눈과 붉은 복사꽃의 색채대비도 훌륭하고 운자도 맞출 수 있어서 한결 좋아 보인다. 만해스님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앞서 화두를 타파하고 오도송을 쓴 정통의 선사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렇듯 선사들의 오도송은 수십 년 동안 수행한 정신의 결정체이자, 문자사리이며, 멋들어진 선종(禪宗)의 최고 유산인 것이다.

 

<출전 : 불교신문3611, 2020.9.5.일자>

2020.10.12 11:33:53 | 내 블로그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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