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교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지 못하다가 / 원효사 해월스님
한 남자가 산에 가다 보니
곰 한마리가 잠을 자고 있더랍니다
옳다 저 곰을 잡아서 웅담을 빼 내어
한 밑천 잡아야지 하고 덤비다
오히려 힘센 곰한테 쫓기게 되었습니다
정신 없이 도망치다
큰 나무 뒤로 숨으니
곰은 나무를 사이에 두고
사내를 잡겠다 발을 뻗고
자칫 잡혔다가는 큰 일인 사내는
곰이 내민 두 발을 꼭 붙잡고
놓아 주질 않습니다
곰은 손이 놓여야
사내를 잡아 먹든
제 집으로 가든 할 터이고
사내는 손을 놓았다가는
큰일이다 싶으니
손이 끊어져 나가더라도
죽자 사자 놓아 줄 수가 없습니다
이때 마을에서 총각 하나가
콧 노래를 부르며 올라 오다가
희한한 광경을 보고 질겁을 하며
도망 가려 합니다
사내는 이 기회를 놓치면 끝장이다 싶어
총각을 불러 이 곰을 잡아 웅담을 빼내어
우리 한번 팔자 고쳐 보자 하고 유혹 하니
총각은 그래도 겁이 나서 도망가려 합니다
사내는 그럼 내가 웅담을 꺼낼테니
자네가 이 곰의 두 앞발을 꼭 붙잡으라 하고
총각이 그렇게는 해보겠다 하자
손을 넘겨 주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흐믓한 미소를 짓습니다
손을 넘겨받은 총각이 급한 마음에
어서 곰을 잡아서 웅담을 꺼내라
하는 재촉하는 말을 들으면서
꽁무니를 돌려 대뜸 줄행랑을 놓습니다
어딜 가느냐 곰 잡아야지
하고 총각이 다급히 부르는 소리에는
"야 다음에 너같은 녀석 하나 올라 오면
너도 나처럼 하고 도망쳐라"
하고 말하더랍니다
백유경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우리네 사는 이야기로 비유됩니다
곰은 누구인가 하면
바로 우리네 삶의 가족이요 대상들입니다
처음에는 여우인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신사인줄 알았는데
정작 잡고 보니 곰같은 사람이고
속심조차 늑대같은 사람이니
이러한 때가 참으로 난감해지는 때입니다
한번 손을 잡거나 잡히고 나면
손을 놓을 수도 없고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그런 관계 속에서
죽자사자 붙잡고 가는 삶이
바로 곰을 잡은 손길입니다
그나마 자기보다 조금 덜 떨어진
총각 하나 만난 사람처럼
남에게 붙잡은 손길 넘기고
도망이라도 칠 수 있다면
천우신조라 할것이지만
막상 도망칠 기회가 주어져도
젖은 손이 애처로워 도망도 못칩니다
어찌 이것이 사람만의 문제겠습니까
우리가 그렇게 쥐고 놓지 못하는
재물도 곰과 같은 존재요
명예도 곰과 같은 존재이며
권세도 곰과 같은 존재이고
허망한 몸 위한다고 애쓰는 것도 그것이며
무상살귀가 그림자처럼 다가오는데도
그것을 잊고 영원을 살것처럼 하는 것도 그것입니다
엊그제 불교상회에 갔다가
약 이십여년 전에 알던 부인을 만나니
당시만 해도 수십억대 재산을 가졌다가
무언가 실수로 한순간에 날려 버리고
오히려 수억원의 빛까지 지면서
세상을 포기하고자 하는 생각도 먹을만큼
고통스러웠다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래 내것이 아닌 것을 더 이상
붙잡으려하고 집착하면 무슨 이익이 있나
놓아 버리자 하고 한생각 먹는 순간
번뇌와 고통으로 가득찼던 마음이
홀가분한 맑음으로 충만하더랍니다
어렵게 노력해 그동안의 채무도 갚고
이제는 부처님을 의지하고 기도만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 말을 하며
자신이 그 많은 것을 가졌을 때는
마음의 교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지 못하다가
그같은 상황을 겪으며 마음에 집착을 내려놓으니
오늘 스님을 이렇게 편안하게 뵙는 인연이 있군요
하면서 반가워합니다
부처님을 뵈러 온 천인은
양 손 가득 하늘 꽃다발을 들고 왔습니다
부처님이 천인을 보시고
내려 놓아라 하고 말하시자
천인은 한손에 꽃을 내려놓습니다
다시 내려놓으라 하시는 말씀에
나머지 손에 꽃도 내려 놓았는데
그래도 다시 내려 놓으라 하십니다
부처님 이미 다 내려 놓았는데
무엇을 더 내려놓으라 하시는지요
천인이여 그대 마음을 내려 놓으시요
그대 마음에 아직은 고뇌로운 생각이 남았거늘
그것을 내려놓으라 하는 말이요
내려 놓으면 평안하리다
하시는 부처님의 말씀에 천인은 크게 깨닫습니다
돈도 명예도 부귀도 재물도 몸도 자식도
잠시 함께 하는 인연의 소산일 수는 있어도
진리의 길을 찾아 향해 나가는데는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하는 곰같은 장애입니다
방하착
내려 놓으시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