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한 스님들. 사회의 고령화와 함께 불교계에도 스님들의 노후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DB
합장한 스님들. 사회의 고령화와 함께 불교계에도 스님들의 노후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DB

종교인들의 노후생활은 어떨까요? 종교인들에게도 노후 대책은 큰 문제입니다. 현재 성직자 노후 대책이 잘 돼있다고 평가받는 종교는 천주교입니다. 천주교 사제들은 정년 은퇴 이후엔 교구별로 사제관 등에서 생활합니다. 과거 은퇴 사제의 수가 적을 때에는 독채를 마련해드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엔 공동 사제관에서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원불교의 경우도 전북 익산의 중앙총부 인근에 남녀 은퇴 성직자를 위한 공동 숙소가 마련돼 있습니다. 원불교 남성 성직자는 결혼을 할 수 있는데, 결혼한 성직자는 은퇴 후에도 가족들과 살지만 독신으로 생활한 성직자는 남성 숙소에서 노후를 보내지요.

불교는 교단 차원의 노후 대책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스님들의 노후 대책을 공약으로 발표하곤 하지요. 불교는 생사(生死) 문제에 대해 초탈하고, ‘스님=무소유’라는 시각도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체계적으로 노후 대비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스님은 그런 점에서 ‘예외’였습니다. 그 분은 벌써 30~40년 전부터 노후를 대비해 국민연금과 연금보험을 들고 암보험, 실손보험은 물론 ‘치매간병보험’까지 들고 있었습니다. 그 스님은 경기도에 사찰을 창건해 신도들과 함께 신행생활을 모범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잘 꾸리고 있고요. 그 스님은 노후 대책을 미리 준비한 이유를 “신세 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스님들도 나이 들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릴 수 있고, 치매에도 걸릴 수 있습니다. 병석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요. 그럴 때 사찰이나 제자, 신도들에게 신세 지지 않기 위해서 능력이 될 때 미리미리 준비해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60대 중반인 스님의 슬기로운 노후 대비 이야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스님들은 유유자적하게 사는 분들로 생각하기 쉬운데, 수십년 간 꼼꼼히 연금을 부으셨다고요?

“스님들은 처자식이 없기 때문에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살아요. 그러다보니 연금 같은 건 생각을 잘 안 하지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국민연금을 들었어요. 역설적으로 처자식이 없다보니 노후를 대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얼마나 넣으셨나요?

“당시에 월 10만원 정도 넣었던 거 같아요. 80년대말에 월 10만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었지요. 많다면 많은 금액이었지만 그렇다고 또 10만원 없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렇게 매월 넣었지요. 그것도 계속 쭉 넣은 건 아니고 사정이 있을 땐 안 넣다가 또 다시 살려서 안 넣었던 기간만큼 분납해서 넣다가 그렇게 했어요. 60살부터 월 68만원씩 받고 있어요.”


-국민연금뿐 아니라 별도로 연금보험도 드셨다고요.

“국민연금과 별도로 사보험도 들었어요. IMF 무렵이었는데, 그때 한 생명보험 회사에서 노후를 위한 보험이 꽤 이율 높은 상품이 나왔어요. 이율이 7.5% 확정이었던 것 같네요. 그 무렵에 한시적으로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나온 상품이었지요. 지금은 그렇게 좋은 조건 상품이 없어요. 그건 월 50만원쯤 냈던 거 같아요. 워낙 조건이 좋으니까 그 후에 보험사에서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라고도 했지만 안 갈아타고 계속 부었지요. 그렇게 부었던 연금이 지금은 월 130만원 정도 받고 있어요.”

-그럼, 국민연금과 사보험까지 월 200만원 정도 받고 계시는 거네요?

“그렇지요. 월 200만원 정도 받는 거지요. 제가 국민연금과 사보험 들 때에 주변 스님들에게도 권했어요. 그런데 대부분 ‘중이 뭘 그런 걸 하느냐’고들 했어요. ‘그거 몇 푼 넣어봐야 뭐하냐’고요. 그래서 일부 스님들만 연금을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고, 나도 그때 네 말 듣고 들어놓을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들 있지요.”

-국민연금과 사보험 외에 더 들어놓은 건 없나요?

“저 같은 경우는 또 몇 년 전부터는 치매간병 보험도 들었어요.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뭐 어떤 사람이 나를 간병을 해줄건가 싶더라고요. 내가 치매 걸렸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게다가 요즘 간병비가 좀 비싼가요? 치매간병보험은 매달 한 30만원쯤 들어가지요.”

-그밖에는요? 실손보험도 드셨나요?

“왜 안 들었겠어요?(웃음) 그 이전에는 암보험도 들어서 한 20년 부었지요. 암보험은 젊었을 때 가입해서 매월 내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았어요. 실손보험도 들었고. 스님들은 흔히 ‘아프면 죽으면 되지’라고들 하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나요. 실제로 누구나 암도 걸릴 수 있고, 치매도 걸릴 수 있는 거 잖아요. 그러면 현실적으로 치료도 받아야 하고 간병도 받아야 해요. 처자식도 없는 우리가 그런 걸 누구에게 부탁하겠어요. 스스로 미리 미리 준비해둬야지. 아마 비구니 스님들 가운데는 더러 이런 보험이나 연금 준비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비구 스님들보다는 꼼꼼하니까. 그런데 아직도 비구 스님들은 그런 대비하는 분이 적어요. 고령화 사회라고 하잖아요? 누구나 다 대비해야 해요.”

* 자료제공 :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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