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房門)을 열며 시큰둥하게 손님을 맞는 주인(主人)은 영낙(零落)없는 꼬질꼬질한 촌 노인(老人) 행색(行色)이었지요. 콧구멍만한 초라한 방(房)이라 들어갈 자리도 없는지라 숙종(肅宗)은 그대로 문(門)밖에 서서 물었다.
"나는 한양(漢陽)사는 선비인데 그대가 갈처사(葛處士) 인가?"
"그렇소만 ~ 무슨 연유(緣由)로 예까지 나를 찾는게요?"
"오늘아침 저 아래 모친상(喪)을 당(當)한 총각(總角)한테 냇가에 묘(墓)를 쓰라했는가?"
"그렇소!! 그런데 그게 뭐 잘못 되었소??"
"듣자하니 당신이 묘자리를 좀 본다는 지관(地官)이라 하는데 물이 펑펑 솟아나는 냇가에 묘(墓)를 쓰라 했다니 그게 어디 당(當)치나 한 일인가? 아직 장가도 못간 어진 총각한테 골탕을 먹여도 유분수(有分數)이지 모친상을 당하여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겪고 있는 총각한테 그럴수가 있단 말인가? 이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죄과(罪科)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숙종(肅宗)의 참았던 감정(感情)이 어느새 격(激)해저 목소리가 커졌지요 그랬더니 갈씨 또한 촌노(村老)이지만 낮선 손님이 찾아와 다짜고짜 목소리를 높이니 마음이 편(便)치 않았어요.
"아 ~이~ 보시오?? 선비란 양반(兩班)이 개 코도 모르면서 참견(參見)이야 ~ 참견을??? 당신이 그 묘자리가 얼마나 좋은 명당(名堂)인지 알기나 하고 떠드는거요?"
그러면서 숙종(肅宗)보다 더 크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하는 바람에 숙종(肅宗)은 더욱 화가나고 기(氣)가 막혔지요(속으로는 이놈이 감히 어느 안전(眼前)이라고 ~ 어디 잠시(暫時)더 두고보자 하면서 감정(感情)을 억 눌렀어요)
"그래요?? 물이 쏫아져 나오는 냇가가 어떻게 명당(名堂)이란 말이요?"
그러자 갈처사는 의기양양하여
"모르면 가만히 있기나 할것이지 ~ 그곳은 시체(屍體)가 들어가기도 전에 쌀 삼백(三百)가마를 받고 명당(名堂)으로 옮겨가는 묘자리야 !! 시체(屍體)가 들어가기도 전(前)에 발복(發福)을 받는 자리인데 물이 있으면 어떻고 불이 있으면 어때??
개코도 모르면 잠자코 있을것이지!! 허허 ~ 이거 참 ~~ "
숙종(肅宗)의 얼굴은 그만 새파랗게 질려버렸어요 갈처사(葛處士)의 말대로 시체(屍體)가 들어가기도 전(前)에 총각(總角)은 쌀 삼백(三百)가마를 받았으며 명당(名堂)자리를 잡아 장사(葬事)를 지낼 상황(狀況)이 아닌가!
숙종(肅宗)은 갈처사(葛處士)의 대갈일성(大喝一聲)에 당황하며 자신(自身)도 모르게 "이거 보통사람이 아니구나" 하는생각이 들어 목소리를 낮추었어요
그렇지만 모른체 당혹감을 감추면서
"그렇다면 모든일을 훤히 내다보는 갈처사는 어찌하여 저 아래 고래등 같은 집에서 떵떵거리고 살지 않고 왜 이런 산마루 오두막(幕)에서 산단 말이오?"
"허허 ~ 이 양반(兩班)아 ~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이나 있을 것이지~ 귀찮게 따지고 들어??"
"뭐요? 따지고 들다니?? "
아무리 기세좋은 숙종(肅宗)이라도 갈처사의 당당한 모습에 서서히 주눅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보시오 ~ 선비양반 !! 저 아래 부자로 사는 것들은 남 속이고 도둑질이나 하는 것들인데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가진들 무슨 소용(所用)이 있겠소?? 그래도 이집은 지금은 초라하고 볼품없는 움막이지만 나라 상감이 찾아올 자리라오!! 이 초라한 움막이 나랏님이 찾아올 천하에 명당(名堂)자리란 말이요!!"
숙종(肅宗)은 그만 아연실색하여 정신(精神)을 잃을뻔 했어요 이런 신통(神通)한 사람을 일찍이 만나본 적이 없었지요. 꿈속을 해메고 있는것 같았어요
"허허 ~ 그렇다면 한가지 더 묻겠는데 나랏님(王)이 언제 찾아올 터요?"
"거 ~ 꽤나 귀찮게 물어 오시네 ~ !! 그럼 잠시(暫時) 기다려 보시오 ~ !! 내가 재작년(再昨年)에 이 집을 지을때 날을 받아놓은 것이 있으니 ~ 가만.... 어디에 있더라~ !!"
하면서 방 한쪽 찌그러진 괘짝속에서 보자기를 꺼내 종이 한장(張)을 꺼내어 들여다보더니,그만 대경실색(大驚失色)을 하는게 아닌가 !!!
그러더니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에 나와 큰 절을 올리는 것이 었어요 종이에 적힌 시간(時間)이 바로 지금 이 시간(時間)이었지요 갈처사는 바로 문앞에 있는 임금을 알아본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