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등사를 찾았다. 잘 발달된 고속도로와 고속도로 같은 국도를 타고 가다 보니 1시간 만에 도달하였다.
전등사는 여러 차례 가 보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2007년 이후 방문한 사찰마다 사진과 동영상과 글로서 기록을 남겼으나 전등사의 경우 그 이전에 방문하였기 때문에 기록이 없다. 그래서 늦게나마 기록을 남긴다.
옛사람 생각이 나서
전등사 동문주차장에 도착하니 옛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더구나 음식을 파는 곳에 이르니 거의 10여년전의 기억이 떠 오른다. 그 때 당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척의 일행과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명절날 시간이 남아서 강화도에나 한 번 갖다 오자는 제안이 있어서 따라 나선 것이다. 자연스럽게 목적지는 전등사가 되었다. 전등사 관람을 마치고 주차장 근처의 식당에서 자리를 함께 하였다. 그러나 그 분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암으로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다시 전등사를 찾으니 옛사람이 생각났다. 사람은 가고 없으나 그때 그 식당들은 여전히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그 식당을 볼 때 마다 기억속의 사람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동문에 도착하니
전등사 동문에 도착하였다. 마치 산성처럼 통로가 되어 있다. 올 때 마다 늘 읽어 보는 것이지만 다시 한번 읽어 보니, 이곳은 옛날 성터이었다. 이곳 전등사가 있는 곳이 바로 ‘정족산성’이었다고 한다. 조선말 병인양요 당시 이곳을 지키던 양헌수장군이 프랑스군을 물리쳐서 조선왕조 실록을 지켰다고 표지판에 기록 되어 있다. 또 전등사가 있는 곳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였던 사고가 있던 자리라 한다. 전등사 바로 위에 사고터가 있는데 복원 시켜 놓았다.
마치 요새처럼
이곳이 절이긴 하지만 옛날에는 군사요충지었다. 고려시대에는 이곳에 ‘가궐’이 있었고, 외적이 침입할 때마 왕조의 피난 장소로 사용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전등사는 마치 ‘요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절의 남쪽면에서는 북한산성이나 남한산성에서나 볼 수 있는 성곽문 형태의 남문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가지 않는 윤장대
남문에서 북쪽으로 향하였다. 올라 가다 보니 ‘윤장대’가 보였다. 오래 전에 방문하였을 때도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윤장대는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다. 고장난 것이다. 안내판을 보니 “고장입니다. 돌리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다. 파손된 채로 방치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 하나 가까이 가지 않는다. 과연 윤장대는 언제 제대로 돌아 갈 수 있을까?
한 번 놓은 물건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누군가 관리하기 전에는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부도난 회사를 가보면 어지럽혀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각종 집기는 내 팽개쳐져 있고 각종 서류는 바닥에 나 뒹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무도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행위로 인한 것이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런 상태로 세월이 흘러 버린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한다. 그러나 생명이 있는 것들은 정반대이다.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무질서에서 질서로 향해 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살다 떠난 집은 마지막 살다 간 그 상태채로 방치 되어 있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무질서가 증대되어 마침내 허물어지고 만다. 그러나 집 주에 심어진 나무는 정반대이다. 빈집은 허물어져 가도 생명이 있는 나무는 마치 왕자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하는 것을 ‘엔트로피’라 하고, 반대로 무질서에 질서로 향하는 것을 ‘네겐트로피’라 한다. 지금 보고 있는 전등사의 윤장대를 보면 엔트로피가 증대된 것이다. 파손된 채로 방치 되어 있다는 것은 무질서가 극에 달한 것이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것
지금은 한겨울이다. 손이 시릴 정도로 바깥 공기가 차갑다. 더구나 낙엽이 진 나무를 보면 앙상해서 더욱 더 차갑게 느껴 진다. 그럼에도 겨울의 정취는 있다. 산중이라 그런지 꽁꽁 언 얼음을 볼 수 있다. 흘러 내린 물이 그대로 얼어 붙어서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이런 광경은 오로지 겨울에만 볼 수 있다.
마치 고향에 돌아 온 듯
겨울에 보는 전등사는 춥고 삭막해 보인다. 눈부신 신록에 보는 전등사와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늘 안심 하는 것은 변치 않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변화무쌍하지만 산중에 있는 산사는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십여년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지금 보아도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마치 고향에 돌아 온 것 같다.
소원을 적어 놓은 리본트리
겨울이어서인지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화창한 신록의 계절에는 수 많은 불자들과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차가운 겨울에 보는 전등사의 풍경은 약간 썰렁하다. 아마도 한겨울 매서운 추위 탓일 것이다.
그런데 예전에 못 보던 것이 있다. 그것은 소원을 적어 놓은 리본트리이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삼각형 모양으로 생겼는데 중앙 꼭대기는 솟대가 있다. 아마도 새해를 맞이 하여 소망을 담은 것이라 보여진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다. “우리가족 건강히..” 등의 문구가 보인다. 대부분 건강, 학업, 취업, 치유 등 소박한 염원을 담은 것
이다. 누구나 바라는 작은 행복을 염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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