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굴생활 ***
여름 해제(解制)철을 맞이한 나그네는 토굴(土窟)생활에 대한 법문을 듣기 위해 효봉(曉峰)노스님을 찾아뵙고 문안을 여쭈었다.
그 동안 줄곧 대중처소인 선원(禪院)에서만 살아온 나그네는 이번 철에는 조용한 토굴에서 좀 살고 싶어서였다.
대중처소에서는 대중의 힘에 의해 아무런 장애 없이 무난히 정진할 수 있지만, 토굴에서 홀로 정진한다는 것은 많은 장애가 뒤따르기 때문이었다.
"노스님! 이번 해제 후에는 조용한 토굴에서 정진을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주십시오. "
노스님은 나그네의 간청을 듣고, 한참이나 잠잠하더니 이내 말문을 여셨다.
"토굴생활에는 세 가지 경우에만 이익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 해태굴(懈怠窟)에 빠지게 되는 거야. 결국 자기도 속고 남도 속이는 귀굴(鬼窟)이 되는 거지! "
"노스님! 그럼 그 세 가지 경우란 무엇입니까? "
"토굴생활을 하려면 자기 스스로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잘 살펴야만 해.
첫째: 모든 역순경계에 있어서 동정일여(動靜一如)가 되도록 스스로 공부에 힘을 얻은 득력자(得力者)인가?
둘째: 생사(生死)를 불구하고 오직 결사정신으로 용맹정진 할 만한 발심 납자(發心衲子)인가?
셋째: 명안종사(明眼宗師)의 지도아래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득력한 도반(道伴)과 함께 뜻을 같이 하는가?
이 세 가지 조건이 아니면 토굴생활이란 아무런 이익이 없어! 마땅히 자신을 점검해 보고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거야. " " …… "
그렇다. 독살이 토굴 산림살이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해태굴에 빠지게 된다. 결국 귀굴 속에서 그만 허송세월을 보내게 된다는 노스님의 준엄한 말씀.
하기에 부처님께서도 "대중이 자기 공부를 다 시켜 준다 "고 하시지 않았던가?
해제 철을 맞이한 납자(衲子)들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살펴보고 깊이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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