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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 어느 夫婦의 감동의 이야기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차창을 타고 흘러내린다.
밤 11시 이은자(55)씨가 운전하는
4.5t 트럭이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여주 부근을 달린다.

이 씨는 몸이 아담해,
운전을 한다기보다 운전대에
매달려 가는 것 같다. 트럭이 차선을 바꾸자
운전석 뒤편에 매달린 링거 팩이 흔들거린다.
남편인 심 원섭(53)씨가 누워서
복막 투석을 하고 있다.

시속 100㎞로 달리는 트럭 속에서 투석은
30분 만에 끝났다.
10년 전부터 신장병을 앓고 있는
심 씨는 하루 네 번씩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석을 한다.
투석을 마치자마자 심 씨가 코를 골며 잠들었다.




휴게소 한쪽에 차를 주차시킨 뒤 남편이 운전석
뒤편 남은 공간에 전기장판을 깔고 눕는다.
아내는 운전석에 나무합판을 깐 뒤 잠을 청한다.

뒤쪽 공간이 조금 더 따뜻하고 편하긴 하지만
한 사람이 누워도 몸을 뒤척일 수 없을 만큼 좁다.

“이렇게라도 함께 잘 수 있어 좋습니다.
꼭 신혼 단칸방 같지 않나요?”
남편 심 씨가 애써 웃는다.
새벽 4시, 캄캄한 어둠속에 트럭이 다시 출발했다.

새벽 6시 전에 톨게이트를 통과해야만
통행료 5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에서
구마 고속도로로 바뀐다.

심 씨 부부가 이틀 동안
10여 차례 고속도로를 바꿔 타며
돌아다닌 거리는 1200여㎞.
한 달 수입은 기름 값,
통행료 제외하고 350만 원 정도다.
일감이 없는 날도 많다.

트럭 할부금으로 매달 180만원,
심 씨 약값으로 50만원이 들어간다.
정부에서 6개월마다 기름 값 보조금 명목으로
150만원이 나오지만
남은 돈으로 생활하기에는 빠듯하다.

“그래도 약값이라도 나오니 다행이지요.
남편 몸이 조금 나아져 같이 다닐 수 있는 게
행복이라면 행복이고요.”

가속 페달을 밟는 이 씨의 표정이 밝다.
부부는 구마고속도로 김해 진례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길가에서 1시간 정도 쉰 다음
톨게이트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다.

김해공단에 이르자
남편이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
짐을 부리고, 남해고속도로는 다시 아내 몫.
부산 녹산공단과 해운대에서
남편이
또 운전대를 잡았다.

옆자리로 옮겨 앉은 아내는 쉬지 못한다.
몸 아픈
남편에게 말도 붙이고 팔도 주물러준다.

녹산공단과 해운대 등을 돌아다니며
포장지, 전선 보호막, 철근 등을 내려주고
다시 서울로 향한다.
서울로 올라가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아침이 밝다.

“피곤해도 자동차 타고 여행 다니는 심정으로 일하지 뭐!
일 때문에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지는 거 아냐?”
남편과 아내가 손을 꼭 쥐었다.
2021.04.01 12:21:27 | 내 블로그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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