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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liang    
무량 (mooliang)
세상이 너무 오염되어 있고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너무 오염되어 있습니다. 특히 종교에 있어서는 더 오염돼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올바르게 보고 올바르게 살자고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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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트리 이야기 4

7, 보이지 않는 실타래

 

솔직히 사비트리는 라마나의 말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녀 역시 영혼의 존재를 믿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사비트리는 크리쉬나 신이 내면의 거주자라고 부른 고차원적인 자아가 왜 영원 불변한 것인지 수도 없이 들으면서 자라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 가르침들은 당장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요원해 보였다.

내게 영혼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사비트리가 물었다.

영혼은 보거나 만져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오.” 라마나가 말했다.

그대의 영혼이 그대에게 속삭일지도 모르오. 하나, 그 때조차도 그대는 다만 그대 자신의 목소리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을 뿐이오.”

그러면 그 영혼이 하나의 허구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비트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물었다.

영혼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구가 될 수는 없소. 보시오.”

그때 한줄기 빛이 나뭇가지에 걸린 거미줄을 비추고 있었다. 거미줄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미풍에 살랑거렸다. 라마나가 거미줄을 가리키며 계속 말을 이었다.

거미가 만든 거미줄을 보시오. 거미줄만 보이지 거미는 보이지 않소. 하지만 거미는 자신이 만든 거미줄에 누군가 앉으면 바로 나타나오. 영혼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디로 사라졌겠소? 영혼과 우리 자신과의 끈이 존재하는 한 영혼이 어디에 있든 그건 전혀 문제되지 않소.” 그러나 사비트리는 흔쾌히 동의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제게 영혼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고 있어요.”

, 그것이 바로 신비라오.” 순간 라마나의 얼굴이 영감으로 반짝거렸다.

자연은 거미를 상상하오. 큰 거미를 상상하고, 작은 거미를 상상하고, 부드러운 것, 털이 많은 것, 공기 중에 사는 것, 물에 사는 것, 땅에 사는 것, 하얀 것, 검은 것, 그리고 그 중간 것 등등, 온갖 종류의 거미를 꿈꾸오. 아기거미를 상상해 보시오. 봄날에 야들야들한 거미줄을 타고 날아다니는 아기거미, 연못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 큰 물거미를 떠올려 보시오. 우리는 어리석게도 거미가 하나의 사물이라고 생각하오. 오히려 거미는 여러 가지 품성과 특징의 소용돌이로서, 늘 변하고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이오. 영혼도 그와 마찬가지라오. ‘내 영혼이 어디에 있는가?’ 하고 물으면, 그 대답은 어떤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가능성일 뿐이오. 영혼은 어디나 있고, 어디나 있어 왔고, 또 어디나 있을 것이오.”

 

라마나는 햇빛에 반짝이는 거미줄을 한동안 응시했다. 그런 라마나를 보자 사비트리도 거미줄의 신비에 매료되기 시작했다.자신이 보는 거미줄을 만든 거미가 하얀색 거미인지 노란색 거미인지 아니면 다른 색깔인지 알 수 없었고, 또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몰랐지만, 거미는 그녀에게 생생한 존재로 다가왔다. 자신의 영혼이 어떻게 생겼는지, 죽음의 경계 너머에는 무앗이 있는지 사비트리는 알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맺힌 물방울로 가늠할 수 있는 거미줄뿐이었다. 그것만으로 과연 충분한 것인가?

         그렇소.” 라마나가 말했다.

          오늘 그대는 아주 많은 것을 배웠소. 지혜의 가르침을 제대로 배우고 있소이다그려.”

          사비트리는 웃었지만 모든 의혹이 다 가신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사비트리는 옆에 있던 이끼 덩어리 위에 쓰러지듯 누워 잠이 들었다. 의식은 자꾸만 밑으로 가라앉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닥쳐 온 위험에 대한 걱정들도 모두 잊을 때까지, 사비트리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8. 영혼을 보는 것

 

잠에서 깬 사비트리는 스승 라마나가 머물던 반얀 나무 발치에 다시 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비트리는 얼굴 위로 비추는 해를 찡그리며 가렸다. 해는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하늘에 저렇게 머물고 있는 걸까? 스승 라마나는 옆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담겨 있었다.

우린 아직도 출발하지 않았소. 그대의 남편 샤트야완이 집으로 돌아오기끼지는 아직도 시간이 좀 남아 있소이다.”

사비트리는 힘에 겨운 듯 겨우 일어나 마치 마술사를 쳐다보듯 라마나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신 거에요>” 라마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피곤에 지쳐 잠들었었소. 그대가 아기를 낳는 꿈을 꾸었다 해도, 난 책임이 없소.”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피리를 주워들고는 가버렸다. 그러자 사비트리도 아무 망설임 없이 그를 따라갔다. 이번에는 산 위쪽으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잠시 후에 라마나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렸을 적, 한 예언자가 갠지스 강가에 천막을 치고 살았었소. 신심이 깊은 사람들의 마지막 소원은 성지 베나레스에 와서 죽는 것이었소. 그렇게 사람들이 이 베나레스에 와서 임종을 맞으면 가족들이 장례를 치렸고, 예언자는 그들을 상대로 먹을 것을 얻거나 돈을 받을 수 있었소. 사람이 언제 죽을지 날짜를 알아맞히는 예지력이 있었기 때문이오. 하지만 난 그 예언자에게 가지 않았소.”

왜요?” 사비트리가 물었다. 라마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달랐소. 어려서부터 말이오. 나는 늘 미래를 보는 건 쉽다고 말하곤 했었소. 나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볼 수 있는 예언자가 있다면 그를 만날 것이라고 했소. 현재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니 말이오.”

설명 좀 해 주시겠어요?’ 사비트리가 물었다

마야가 무엇인지 아시오?” 라마나가 되물었다.

물론이죠. 환상의 여신이죠.”

그렇소. 그런데 환상이란 게 무엇이오? 실재를 감추고 있는 마술이 환상이오? 마야는 그것보다 더 미묘한 것이라오. , 여기 얼음 한 덩이, 수증기 한 줄기, 혹은 눈송이 하나를 당신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합시다. 그대의 눈에 물이 보이오? 만약 그렇다고 말하면 그대는 마야를 극복한 것이오. 얼음, 수증기 , 혹은 눈송이로 형태는 다르지만 그 본질은 물이오. 이걸 볼 수 있다면 마야는 당신을 속이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만약 물을 보지 못한다면 그대는 미망(迷妄)에 걸려든 게요. 얼음, 수증기, 그리고 눈송이가 그대의 눈을 가려, 본질의 물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이라오. 본질을 못 보게 하는 것은 거창한 마법이 아니라오. 얼음과 수증기와 눈송이가 바로 그대의 마음을 흩어 놓는 거요. 그러므로 문제는 영혼이오. 우리는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오. 이 사람은 못 생겼고, 저 사람은 예쁘고, 이 사람은 가난하고, 저 사람은 부자고, 이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저 사람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 등등, 그러나 형태만 다를 뿐 그들 모두는 본질적으로 아트만을 가지고 있소.”

그게 스승님께서 얻은 깨달음입니까?” 사비트리가 물었다.

그렇소. 그리고 그것은 그대가 샤트야완과 사랑에 빠지면서 얻은 것이기도 하오.”

라마나는 깊고 고요한 눈길로 사비트리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대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오. 사비트리 공주.”

사비트리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라마나가 자신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다니! 사실 사비트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또 막강한 권력을 가진 왕의 귀한 딸로 태어났다. 사비트리가 결혼할 나이가 되자 사비트리는 자신이 직접 짝을 찾겠노라고 선언했다. 왕은 반대했지만 완강한 딸의 간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공주는 남편감을 찾는데 수행할 무사들을 대동하고 왕궁을 떠나게 되었다. 사비트리와 일행은 세상의 도시와 숲을 모두 찾아 헤맸다. 그러다 어느 날 깊은 숲 속에서 오두막을 하나 발견했다. 그곳에서 샤트야완과 눈이 마주친 사비트리는, 그가 비록 가난하고 초라하지만 선량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단숨에 사랑에 빠져 그와 결혼하기로 결심을 했다. 그 어떤 장애물도 그녀의 결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왕궁으로 돌아온 사비트리는 자신의 결심을 아버지에게 알렸다. 임금은 크게 낙담할 수밖에 없었지만, 샤트야완을 보자 그가 선한 성품과 온화함을 지닌 사람임을 알았고, 게다가 자신의 딸을 아주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왕은 공주의 결혼을 허락했다. 그러나 사랑에는 늘 시기하는 운명이 함께 하는 것인가? 결혼식을 하루 앞둔 저녁, 사비트리는 죽음의 신 야마에 관한 꿈을 꾼다. 야마 신은 사비트리에게 결혼하고 1년이 되면 남편이 죽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니 그대는 이미 사랑하는 남편이 곧 죽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군요 라마나가 말했다.

그런대도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군요. 왜 그랬죠?”

왜냐하면 그를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죠.” 사비트리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귀한 영혼을 알아본 사랑이었나요? 안약 마야가 그대 앞에 드리운 환영의 과거를 볼 수 있다면, 언제라도 샤트야완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오. 그대와 남편과의 끈은 절대 끊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이 육신이 더 이상 살아있지 않는 순간에도 말이오.”

그렇게 말한 라마나는 사비트리의 이마를 가볍게 건드렸다. 순간 사비트리의 눈앞에는 갠지스 강가의 장작더미에서 죽은 육신이 불타고 있는 관경이 펼쳐졌다. 육신은 곧 재가 되었고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눈은 이걸 보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영혼은 볼 수가 없소.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믿게 되는 것이오.”

라마나는 다짐을 받듯 물었다.

이제부터 그대의 눈을 믿지 않을 수 있겠소?”

사비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동안 샤트야완의 영혼이 나타나 자기의 영혼과 함께 있는 것을 느꼈다. 마치 그들이 만났던 그날 그랬듯이.

 

2018.04.12 19:49:27 | 내 블로그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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