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비밀번호 로그인 | 회원가입
바르게 보기
http://www.templevill.com/

mooliang    
무량 (mooliang)
세상이 너무 오염되어 있고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너무 오염되어 있습니다. 특히 종교에 있어서는 더 오염돼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올바르게 보고 올바르게 살자고 제안합니다.
목록
이야기
동감합니다. 세상이 혼...
불교의 첫걸음
해동마을
광륜사테스트
바람
삼나무
 무량

사비트리 이야기 6

11. 영혼의 안내자와 전령들

 

이제까지 배운 것만으로 충분한가요?”

사비트리가 물었다. 이제 사비트리는 자신의 내부에 커다란 변화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때 실재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은 이제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다. 진짜 깊고 오묘한 실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것 같소.” 라마나가 말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시오.”

저와 함께 가실 건가요?” 그러자 라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야마가 놀라 죽게 하고 싶지는 않소이다.” 사비트리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돌아가죠? 저는 지금 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그것은 그대가 그렇게 상상하는 건지도 모르지요.”

그러더니 라마나는 숲 속의 가장 어두운 쪽을 가리켰다. 반딧불일까? 그곳에는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한 무리의 곤충들이 있었다. 숲은 어두웠지만 그 불들이 길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라마나가 말했다.

가시오. 내가 그대와 같이 갈 수는 없다는 것을 그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오. 그것은 또 다른 상상뿐이라오.”

아직도 머뭇거리는 사비트리를 보면서 라마나는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추었다.

모든 것은 정해진 대로 갈 뿐이오,”

사비트리는 그 말이 바로 죽음의 신 야마가 자신의 집 문 앞에서 한 말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녀는 라마나가 숲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계속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었다. 라마나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사비트리는 반딧불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빛을 내는 것은 반딧불이 아니라 요정의 무리였다. 요정도 천사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은 자연의 영()을 갖고 있었다.

누구신가요?’ 사비트리가 물었다;

나무의 요정들인가요?’

인도에는 자연의 모든 구석구석에 요정들이 살고 있어서 자기네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대답 대신 그 불빛들은 쏜살같이 달아났다. 순간 사비트리는 그들이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비트리는 아주 부드럽고 친절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간청했다. 불빛을 내는 요정 중 하나가 말했다.

우리를 죽이려 하는 당신에게 왜 가야 하죠?”

그 목소리는 밖에서가 아니라 사비트리의 내면에서부터 들려왔다. 사비트리는 깜짝 놀랐다.

죽이다니?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그러자 그 불빛은 다시 대답했다.

지금 당신이 그리고 있잖아요. 우리는 당신을 지키는 요정들인데, 보세요, 우리가 지금 얼마나 연약해 보이는지요.”

사비트리는 말했다.

내가 어떻게 했는지 말해줘요. 자금 바로 이 순간이야말로 내게는 당신네 요정들의 도움이 제일 필요할 때란 말이에요.”

그러자 그 요정은 또 대답했다.

당신은 이제까지 우리들이 알 수 없는 아주 비밀스런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당신은 죽음을 걱정하고 있었겠죠. 그리고 잠시도 우리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어요. 그런 태도가 바로 당신이 우리들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란 말이에요.”

사실 사비트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요정들이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순간 죽음이라는 얘기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녀를 공포에 질리게 되자, 요정들의 빛은 더욱 더 작아지고 희미해져 갔다. 사비트리는 소리쳤다.

잠깐만요. 제발 내가 당신들을 죽이지 않도록 해줘요.” 요정이 대답했다.

그럴 수 없어요. 우리는 영원불멸한 존재들이에요. 당신이 우리를 해친다고 해서 크게 위험하진 않아요. 진짜 위험한 것은 우리와 당신 사이에 존재하는 끈을 당신이 잘라버리는 때죠. 우리는 당신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해요. 그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우린 당신을 도울 수 있어요.”

어떻게요?”

영감을 통해서요. 우리는 영원의 소식을 전할 수 있어요. 우린 당신이 우리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지요. 지금 이 순간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신성한 계획 속에서 당신이 자신의 자리를 찾도록 도와주죠.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랍니다.”

그럼 남편 샤트야완이 죽는 것도 신성한 계획인가요?”

사비트리가 물었다. 요정들은 점점 더 가까이 사비트리에게 다가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흩어져서 멀찍이 달아났다. 사비트리는 요정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 속으로 희망과 용기를 다시 되살렸다. 그러자 요정들이 다시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신성한 계획이란 생명 그 자체에요. 그건 모든 피조물이 저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죠. 인간에게 있어 적당한 자리란, 첫 번째가 영원이고 두 번째가 이 지상이죠. 죽음은 두 호흡 사이의 잠깐 쉼과 같은 것이랍니다. 그 순간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건너가죠.”

사비트리의 마음은 감사로 가득했다. 요정들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요정들은 더 밝게 빛을 내면서 길을 밝혔다. 사비트리는 자진이 길을 잃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오두막은 가까이에 있었다. 사비트리는 결연한 발걸음으로 명멸하는 빛 무리의 인도를 받으며 집 쪽으로 다가갔다.

 

12. 꿈은 계속된다

 

사미트리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나는가? 사비트리가 자신의 오두막으로 부지런히 돌아왔을 때는 해가 벌써 나무 꼭대기 아래로 떨어졌다. 사비트리는 앞마당을 힐끗 쳐다보았다. 죽음의 신 야마는 여전히 그곳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길게 늘어진 소나무 그림자가 그의 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사비트리는 기운을 차리고 마지막 기도를 올린 다음 야마에게로 갔다.

그리고는? 어떤 전승에서는, 사비트리가 야마를 환영하는 예를 갖추었다고 한다. 그러자 죽음의 신은 기분이 좋아져서 사비트리에게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노라고 말했다. 사비트리는 목숨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은 죽음의 신 야마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대는 지금 살아 있잖소.”

그러나 사비트리는 계속해서 목숨 하나를 부탁했고, 마침내 야마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사비트리가 일어서며 말했다.

당신은 내게 목숨 하나를 더 주었어요. 그러나 나는 남편 샤트야완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가 없어요.”

죽음의 신 야마는 사비트리의 말에 그만 허를 찔리고 말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샤트야완에게 집행유예를 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속임수로는 누구나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비트리 이야기의 결말은 이렇다. 사비트리는 그녀의 모든 두려움을 이겨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죽음의 신 야마를 위해 춤을 추었다. 아름답고 황홀한 춤을 춘 그녀는 춤을 끝내면서 무릎을 끓고, 야마의 가슴에 자기 이마를 대고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삭이듯 이렇게 말했다.

그대를 향한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요.” 그러자 그녀에게 매혹된 야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영원이 있지 않소.” 그러나 사비트리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그렇게도 힘이 세고 능력이 크다면, 그 영원한 시간에 1초를 더해주세요 내 소원은 그것뿐입니다.”

사실 죽음의 신 야마는 지금껏 그런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을 두랴워해야 할 온갖 이유를 다 가진, 아리따운 사비트리가 자기를 위하여 그렇게도 아름다운 춤을 추다니! 그리하여 야마는 단 1초만 더 주겠노라고 대답했다. 죽음의 신 야마는 그만 사비트리에게 지고 알았다. 어째서냐고? 죽음의 신에게 1초는 인간에게는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던 것이다. 새로 얻은 100년의 시간 동안 샤트야완은 집으로 돌아와 사비트리와 함께 자신들의 오두막에서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았다. 아이들을 두었고 함께 나이를 먹으며 늙어갔다. 모든 것을 다 용서한 사비트리의 아버지의 초청으로 왕궁에 들어간 그들은 노년을 궁궐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사비트리는 문득 자신이 죽음의 신에게 너무나 많은 시간을 청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샤트야완은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고, 혼자 남은 사비트리는 명상 속에서 말년을 보냈다. 그리고 깨달음도 얻었다. 마침내 신으로부터 얻은 그 1초가 다 지나갔다. 야마는 사비트리가 자신과 한 약속을 한 것을 지키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사비트리는 실제 죽음의 신 야마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이 삶의 어느 한 면보다는 삶 전체를 사랑하듯이.

 

아 이야기의 끝은 아름답고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살아 있을 날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을 때, 누군가 내게 들려주었으면 하는 이야기이다. 사비트리의 심정으로 나는 벌써 이 글을 써 두었다. 내 가족이 읽도록 남길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를 위해 울지 말아다오. 나는 괜찮다.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언제라도 가족들을 사랑할 것이다. 나는 여행을 떠날 뿐이다.”

잠시 동안 나는 이 말을 음미해 보았다. 어떤 면에서 나 자신도 사비트리처럼 1초의 시간을 더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

 

 

 

 

2018.04.13 20:39:47 | 내 블로그 담기
스팸댓글 또는 악의적인 댓글의 제한을 위해 사찰에서 블로그를 개설하신 후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12345678910
Today 7 Total 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