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여겼으나
그것은
내가 아니었다
나 아닌 무엇도
사실은
나였던 것
나와 나 아님의
경계에
머무르는 순간
나는 그대로 나
너는 그대로 너
그대로
가슴이
두근거림을
예전엔
나라고 생각했지
어느 순간엔가
빈 가슴에
타인의 파문이
느껴질 때
그 두근거림은
이제
내가 아니라
너의 것임을 알았다
우리는
서로 상응하고
한 발 먼저 내딛고
한 발 늦게 내딛는 것
나와 너를
지워버리고
거울을
맑게 닦아낼 때
그
먼저 내딘
한 발이
누구의 것인지
나인지
너인지
알게 되겠지
나는
새벽 별 빛이
보이지 않아
내 눈을
후벼낸다
바람의 숨결이
들리지 않아
내 귀를
도려낸다
사향 내음을
맡을 수 없어
내 코를
찢어낸다
어머니의 이름을
부를 수 없어
내 혀를
뽑아낸다
출렁이는 머릿결
가르지 못해
내 팔을
끊는다
그녀를
미소짓게 할 수 없어
술 한 말을
들어붓는다
나는 오늘도
일어나
마시고
먹고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