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봤다 - 이홍섭
일평생 산을 쫓아다닌 사진사가 작품전을 열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어떤 심마니가 한 작품 앞에서 감탄을 연발하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더란다, 이윽고 그 심마니는 사진가를 불러 이 좋은 산삼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어온 것인데, 사진을 찍고도 그 이쁜 꽃의 정체를 몰라 궁금해했던 사진가는 산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기절초풍을 했더란다, 그날 이후 사진가는 작품전은 뒷전인 채 배낭을 메고 산삼 찍은 곳을 찾아 온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는데 ......
그 사진가는 허름한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건네며 사는 게 꼭 꿈결 같다고 자꾸만 되내는데, 그게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산삼한테 하는 말인지, 사진한테 하는 말인지 영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 이상한 것은 그 얘기를 듣는 나도 그 사진가를 따라 오랫동안 산속을 헤매 다닌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리고 자꾸만 사는 게 꿈결 같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인데 ......
--------------- 오랜만에 시를 읽는다. 아니 오랜만에 조용하게 앉는다. 이사온 지 열흘이 넘었는데 살림살이가 아직 정리가 안 된다. ㅜ,ㅜ 쉬엄쉬엄 하리라 마음 먹고 나니 모든 것이 쉽다. 조금씩 느려지는 기분이다. 그래 이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달린 것.
시는, 손을 들게 한다. 손을 들어 손바닥 활짝 펼쳐 내가 쥐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쥐었다 놓아야 ㅎ ㅏ는 것은 무엇인지, 바람같고 연기같고 이슬같은 삶, 그래 시인의 말처럼 꼭 꿈결 같은 생을 생각하게 한다. 내 손에 든 것을 소중하고 겸허히 받고 언제라도 놓을 수 있게 순간을 사랑하자. 이삿짐을 싸며 들었다놓았다 버릴까 가져갈까 수없이 망설이던 느낌이 남아 시가 예사로이 읽히지 않는다. 아니짜...
이곳은 참 아름답다. 오늘은 특히 햇살이 눈부시다. 햇살 너머 뚜렷이 모습을 드러낸 지리산 천왕봉 산자락이 경이롭다. 이것이 지금 내 곁에 머무는 것들이다. 함께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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