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째가 키우던 콩이, 아니 코니를 개 좋아하는 언니를 위해 집에다 데려다 주고 가서 그 동안 언니가 잘 데리고 놀았다.
추석때는 두 딸 모두 일찍 집으로 왔다. 셋째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코니 털을 깎아야 한다고 하며 애견센타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푸들은 털이 빠지지 않아 좋지만 길면 뭉쳐져서 피부가 상하기 때문이란다. 속 깊은 셋째 생각으로는 일하는데 방해가 되어 혹시 누구에게 잔소리라도 듣게 될까봐 미리 맡겨 놓으려는 심사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바쁜 중에도 센타에 태워다 맡겨 두고 장보기를 하여 일을 잘 마쳤는데 이튿날 전 부치기가 끝나갈 무렵 애견센타에서 전화가 왔다. 코니를 찾아 가라는 전화인 줄 알았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오래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어찌된 일인가 물었더니 털을 깎다가 손님이 와서 잠간 손을 놓은 사이 떨어졌는데 앞 발 하나를 못 쓴다고 했다. 앞 다리 하나가 부러졌을 거라는 말에 놀란 셋째는 나 부터 찾았다. 면허는 있지만 우리집 기아차를 운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고 차분하게 센타로 달려가 코니를 안고 병원으로 갔다.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본씨 보고 태워달라고 했다면, 바쁜데 개 때문에 신경쓴다고 한 마디 했을 것이다.
전부터 셋째를 잘 아는 동물병원 의사(방송 '세상의 이런일이'에 몇번 출연했던)는 코니의 사진을 보더니 앞 다리가 완전히 부러졌다며 맡겨 놓고 가라고 했다. 내가 들여다 보니 마치 성냥개비 하나가 (이쑤시개 같기도 했다)똑 부러진 것 같았다.
아이고, 우야노.....
뼈가 너무 가늘어 어쩌면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니, 저 가르다란 다리에 철심을 박는다니....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나는 수술을 한다는 말에 수술비부터 떠오르고 애견센타부터 생각이 났다. 3만원를 벌려다 큰 돈 들게 생겼네....'.털을 깎은 사람이 직원이 아니고 주인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셋째는 '엄마는 다쳐서 고생하는 코니는 생각 안 하고 다치게 한 사람 걱정하느냐'고 한 소리 들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엄마가 나섰다가는 치료비도 제대로 못 받겠다'고 나서지 말란다.
이크, 착한척 하지 말아야지....
당연하지만 고맙게도 애견센타에서는 미리 동물병원에 전화를 해 두었다.
의사는 수술이 끝나면 전화할테니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추석날 우리는 제사를 지내고 영양 산소로 갔고 집에 있던 맏이가 코니를 데리고 왔다.
맏이가 소고기를 잘게 썰어 섞어주며 정성으로 돌보았지만 너무 가는 뼈라 실 같은 철심을 박았는데도 무리가 갔는지 발이 퉁퉁 부어 있었다. 몇번이나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했다. 코니가 핥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코니의 머리에 목도리가 씌워졌다.
뭐, 에리자베스 카라,라나?
잘 낫지 않아 혹 예전의 몽실이처럼 되면 어쩌나,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부디 탈없이 아물어 다오.
흐르는 진물을 보며 골절 접합이 잘 되지 않으면 재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코니는 포비돈 냄새만 나도 악을 썼다. 작은 몸이 얼마나 용을 썼을까?
그래서 내가 며칠을 집에서 알콜로 소독을 했더니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어제는 진물이 멈추고 코니는 예전처럼 뒷 발로 서기 시작했다. 잘 참아 준 것이다.
회복은 잘 되었는데 단, 한가지, 아프다고 침대에 안고 잔 것이 버릇이 되고 말았다.
절대로 침대에는 안 올라 왔는데 요즈음은 올려 달라고 계속 꿍꿍대는 것이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길들이지 나름이지....
아, 그리고 또 하나, 생각나는 말
내가 의사 선생님에게
"애들이 시집 갈 생각은 안 하고 개들만 좋아한다"고 했더니 젊은 의사는 한마디로
"결혼을 왜 해요?" 반문했다.
결혼을 왜 하느냐,..... 왜 결혼을 하느냐......
할 말이 없었다.
참으로 세대차이를 느끼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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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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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 상팔자요, 개팔자 상팔자라 한 옛 어른들 말씀이 ....
아침에 정이 뭔지를 느끼게 해주는 글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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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7 07:0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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