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까?

‘사귀는 사람 있어?’ 라는 질문과는 다르다.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그렇거나 저렇거나 사랑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거다.
나와 늘 함께 다니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고민한다.
어떤 것이 사랑인가요.
함께 있고 싶다.
뭔가 해주고 싶다.
그런 것들이 사랑이라면 하고 있습니다.
이때 조건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랑이라고 불릴지 모르는 이러한 이유들은 모두 조건이 없는 것이 조건일 것.
심심하니까 함께 있고 싶다- 삭제.
춥고 쓸쓸하니까 손 붙잡고 싶다- 삭제.
영화는 혼자 보기 뭣하니까 함께 가고 싶다- 삭제.
발렌타인 데이니까 일단 주고 화이트 데이에 돌려받자- 삭제.
일단 조건이 붙어있는 조건들을 제거해본다. 제거, 제거, 제거.
조건 붙은 조건들을 모두 제거했다.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족은 어떨까.
내 자식이라면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고 계실지도.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갑자기 떠오르는,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부모님의 한마디.
나 잘 되라 하는 소리라고 부모님은 그렇게 말씀하신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한 마음이 남는다. 낳고 먹이고 키운 것에 대한 조건이 있을 지도, 라고 섣부르게 생각한다.
하긴 내가 부모라도 그렇겠다.
 
거래가 아닌 조건이 아닌 그런 마음이 있다면,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한수정, 24세, 지금까지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다.
나 자신을 제외하고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따위 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연탄이 아니어서 충분히 이기적이다.
자기 중심적인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