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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디 (ranir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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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순례 길을 떠나며 - 수경스님
 오체투지, 순례 길을 떠나며

              -    수경스님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이 땅의 품에 안기고자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온 숨을 땅에 바치고, 땅이 베풀어 주는 기운으로만 기어서 가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나의 ‘오체투지’가 온전히 생명과 평화의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체투지’는 인간다움이 표상인 ‘직립’에 반하는 일입니다.  직립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게 했고 인간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게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만물이 폭군’이기도 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그것을 증언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생명체도 ‘인간’입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 속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모순된 생명체’라는 의미도 숨겨져 있습니다.  ‘생명의 질서’를 거스르는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인간의 걸음에 반하는 ‘오체투지’에서 ‘사람의 길’을 찾으려 합니다.


 ‘사람의 길’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만물을 지배하는 데서 ‘사람다움’을 찾으려 한다면 인간의 폭력성을 승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의 사람다움은 ‘생명의 실상’을 통찰하는 데서 찾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은 바도 바로 ‘생명의 실상’입니다.  이것이 있음으로써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음으로써 이것이 존재할 수 있는 만유의 실상을 통찰하신 것입니다.  사람의 사람다움은 이웃과 자연을 내 몸처럼 여기고 공경하는 데서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습니다.  이치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옳은 줄 알지만 기꺼이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참회’와 기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리하여 나의 ‘오체투지’는 참회의 기도입니다.


 절집 밥을 축낸 지도 40년이 넘었습니다.  돌이켜보건대 수행자답게 잘 살았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벌써 ‘나이가 벼슬’인 때가 되고 보니 이런저런 대접을 받을 일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삶을 그냥 수용한다면 수행자로서 나의 삶은 끝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체투지’의 길을 갑니다.  처절하게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나의 삶을 반조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세상사에 시름겨워 하고 있습니다.  나의 ‘오체투지’가 이들을 이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나의 기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발원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내가 변한 만큼이라도 세상이 변하고 나와 인연이 닿는 생명들과 선한 기운을 나누게 하는 평화의 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라 사정이 어지럽습니다.  살림살이가 어려우니 몸이 고달파지고 민주주의가 위협받으니 인간적 자존감이 상처를 받습니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이 민주주의와 생태, 인권의 위기는 물론 종교간 대립까지 부추겨 국민 통합을 해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위기 국면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위기를 위기로 바라보는 인식의 부재가 더 큰 위기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근본적으로  위기를 해결할 길이 무엇인지를 다 압니다.  마땅히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를 알지만 그 길을 가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길을 제대로 가기 위해 ‘오체투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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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4 08:29:16 | 내 블로그 담기
사마디   아침 신문에 난 스님의 편지를 읽는다. 우리모두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다만 가지 않을 뿐이라는 스님의 말씀이 유독 가슴을 친다. 수많은 핑계와 자윗거리를 만들어놓고 이리저리 잘도 피해가며 게으르게 사는 삶을 돌아보게 하신다.
2008.09.04 08:38:50
사마디   나의 기도가 나를 바로 세우고 나와 인연 닿은 생명들과 선한 기운을 나누게 하는 평화의 싹이 되기를 바라신다는 스님의 원은 또한 나의 것이다. 강따라 평지를 걸으시면서도 절름절름 지팡이에 의지해 맨 뒤로 빠져 걸으시던 스님. 그 몸으로 수행길에 오르신다니 ...
2008.09.04 08:39:10
사마디   생명의 강을 살리자며 순례단이 나섰을 때, 몸이 함께 걷지 못하는 날은 마음 늘 강 곁에 함께 걸었다. 노고단에서 시작하는 이 순례길도 마음이 벌떡 일어나 따라 나선다.
2008.09.04 08:39:15
사마디   신부님과 스님 오체투지로 엎디어 절하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신문을 펼쳐놓고 내 수행을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정도님, 그런 기회가 오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서울과 근교의 불교문화, 많이 소개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2008.09.05 09:01:35
사마디   참 좋은 생각입니다 정도님. 그런데요 ㅡ.ㅡ 저 아직 낯 익히지 못했는데 우짜지요? 룰루랄라 우리동네처럼 돌아다니는 거 아니구요 머뭇머뭇 서먹서먹 기웃기웃 이래가면서 아직 낯 익히느라 걸음이 서툰데 어찌 저보고 그 일을 ... ㅠ.ㅠ
이제 겨우 마을 한귀퉁이에 짚데기 깔고 엉거주춤 마악 앉은 참인디...
2008.09.06 10:18:33
사마디   *^^* 그래도 마음이 있으면 무슨 일을 못하겠습니까. 정도님 그런 마음 내셨으니 어떤 경로로든 다 잘 될 거라 여깁니다. 오늘도 기쁘게~
2008.09.06 10: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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