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보다 공생(共生)의 신
- “남 위해서 시험공부 해야 돼요”
곧 대학입시가 다가옵니다. 고3 학생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시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 고3 남학생을 만났습니다. “공부
하기 힘들지요?” “네”하고 대답하더니 “전 공부를 열심히 해
야 하는데요, 그래야 다른 친구가 한 명 더 대학갈 수 있거든
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학생이
공부 열심히 하는데 왜 다른 친구가 대학엘 가는데요?”
학생 집은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아서 남을 편안히 도울 사
정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평소 어려운 사람들
을 도와주는 불자라고 합니다.
아들이 고3이 되자 그의 부모님은 “우리보다 어려운 학생
들을 도와주어야 하는데 우리 형편이 너 하나 대학등록금 내
줄 정도 밖에 안 되지 않느냐. 그러니 네가 열심히 해서 장학
금을 받아라. 그러면 너 등록금 대줄 돈으로 다른 친구 한 명
은 도와줄 수 있지 않겠니.”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봐. 네가 만일 점수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대학 들어갈 성적은
되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갈 수가 없다고 생각해 봐라. 그 심정
이 어떻겠어. 얼마나 아프고 서럽겠니. 그런 아이들이 참 많
다. 그런 친구를 꼭 도와주자.”
학생은 “네, 열심히 해볼게요. 저도 다른 친구 도와주고 싶
어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고3 내내 “나 혼자 잘되려는
공부가 아니야. 내가 열심히 하면 다른 친구 한 명이 더 대학
에 갈 수 있다”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학생은 “아시겠죠, 저는 공부할 때 적어도 두 사람 몫을 해야
하거든요. 아유, 열심히 해야 되요! ”하며 밝게 웃었습니다.
“혹시 장학금 못 받으면 실망이 크겠네.”했더니 “아니에요,
부모님은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셨어요. 남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안 되면 대학 들어
가서라도 꼭 장학금 받을 거예요. 그리고 아르바이트해서 돈
벌어야지요.“
그의 부모님은 아들에게 어릴 때부터 “너보다 어려운 친구
들을 생각해라. 부모가 안 계시거나 편찮으시거나 따로 사는
아이들도 많다.”라고 말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학생은
“항상 저절로 감사하게 되었어요. 우리는 가족이 다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세상에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다른 힘든 친
구들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고요.”
“부모님이 불자이시니 입시 기도도 열심히 해 주시겠네
요.” 학생은 “에이, 우리 엄마 아빠는 저만 잘되라고 기도하시
는 적이 없어요. 다른 학생들 모두 다 잘되라고 같이 기도하신
대요. 언제나 그러셔요” 부모님은 아들에게 “모두 다 잘되라
고 하면 당연히 너는 포함되는 거야.” 라고 한다고 합니다. 그
학생도 마음 낼 때 “다 같이 열심히 잘 하자. 점수는 각자 노력
한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칫 나만 생각하고, 나만 잘 되면 하는 마음, 내 자
녀, 내 가족만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기가 쉽습니다. 부
처님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생(共生)의 도리를 모르고 나
중심으로 생각하는 아상(我相)에서 모든 고(苦)가 생겨난다고
하셨습니다.
만일 자녀가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으면 보통 부모
님들은 어떨까요. 그 돈으로 선물 사주거나 잘했다고 좋아하
며 불자들은 감사의 보시를 올리는 경우가 많겠지요. 그러나
다른 어려운 학생을 내 아이처럼 생각해서 선뜻 장학금으로
보시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집안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앞의 남학생의 부모님은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중생심
을 바꾸어 더 어려운 가족을 생각하는 둘 아닌 자비심으로 아
름답게 피어나게 했습니다. 아들의 마음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장 귀한 보물, 둘 아닌 도리와 부처님의 자비심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 <공부의 신(神)>이라는 드라마가 나온 후로 공부
의 신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나만 잘하면
된다, 다른 친구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오직 자기만 생
각하고 공부하던 습관이 일류대에 가고 부자가 된다고 달라질
까요. ‘공부의 신’이 자기만 아는 <아상의 신>이 될까봐 염려
스럽습니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좋고 사회에서 성공하면 더욱 좋을 것
입니다. 돈과 지위가 있는 사람일수록 평소에 공심(共心)공체
(共體) 둘 아닌 도리를 알아서 모두를 위해 정진하고 사회를
위해 일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부처님은 “일체가 내 부모 내 자식 아님이 없다”고 하셨습
니다. 우리 부모님들부터 내 자녀뿐 아니라 다른 모든 학생들
을 둘 아니게 위하는 마음, 자비로운 마음으로 정진하셨으면
합니다. 집안에 아픔과 고통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과거
자기 모습으로 보아 더 따뜻한 마음을 내주시면 그 또한 감사
한 일이고요. 전국의 학생들이 다 같이 건강하게 공부 잘하고,
노력에 따라 결과를 떳떳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내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렇게 부처님 마음을 배우고 자란 우리 자녀들이 장차 사
회에 나가서도 언제 어디서나 항상 남을 생각하고 둘 아니게
실천하는 진실한 <공생(共生)의 신>, 대승보살이 되기를 기원
드립니다.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은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학
력과 돈과 지위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얼마나 나 중
심적인 중생의 마음으로 사는가, 둘 아닌 부처님 마음으로 사
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 일체가 둘 아닌 진리를 알려주신 부처님의 자비로운 은혜에
온 우주와 함께 눈물로 사랑과 감사를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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