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善業 쌓아가면 사회도 바꿀 수 있죠"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기자
"불교는 흔히 내세(來世)를 꿈꾸고 개인의 해탈을 추구하는 종교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한 단면만 본 것입니다. 불교의 참뜻은 현실의 삶에서 자유와 평정을 구현하는 데에도 있습니다."
최근 '불교사회경제사상'(동국대출판부)을 출간한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불교를 현실도피의 사상, 사회·경제 문제와 무관한 종교로 파악하는 것은 오해"라며 "재화의 생산과 소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불교의 참모습"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부처님 당시 불교 교단인 '승가(僧伽)'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최초의 불교사찰인 죽림정사(竹林精舍)가 도성인 왕사성(王舍城) 인근에 있었고,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탁발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살지 말라'고 말한 것은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바리 장자(長者)'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당시 엄청난 부호(富豪)였던 우바리 장자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자이나교에서 불교로 개종(改宗)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명망가는 개종에 신중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교수는 "우바리 장자가 계속 제자로 받아들여 주기를 간청하자 부처님은 '자이나교에 보시하던 것을 계속한다는 조건으로 귀의하라'고 했다"면서 "당시는 종교 갈등이 심하고 유력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는데 부처님은 사회통합을 먼저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문제에 있어서 불교는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을 소중하게 여겼다. 박 교수는 "'법화경(法華經)'에서 말하는 '자생산업(資生産業·삶을 돕고 일을 일으키는 것이) 즉시불법(卽是佛法·곧 부처님의 법이다)'은 노동이 거룩한 행위라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라며 "이런 정신은 '일일부작(一日不作·하루 일하지 않으면) 일일불식(一日不食·하루 먹지 말라)'이라는 중국의 백장청규(百丈淸規), 한국 근대 용성 스님의 '선농일치(禪農一致·참선과 농사는 하나)' 사상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고 말했다.
박경준 교수는 불교 사회경제사상의 핵심은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보이는 '공업(共業)'에 들어 있다고 했다. 이는 우리의 운명이 개인의 업(業)의 결과뿐 아니라 공동의 업에도 규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불교의 공업 사상은 개인적인 선업(善業)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공동의 선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며 "불교는 개인 구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함께 노력하면 사회환경도 극복할 수 있다는 과감한 도전정신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