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전에 게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비유하면 뜨거운 무쇠
쇠망치로 두드리면 불꽃이 일지니
모두 흩어지면 그 흔적 찾으려 해도
있는 곳 알지 못한다네.
바른 해탈을 얻는 것도 이와 같아서
탐욕과 같은 모든 진흙탕을 이미 건너 흔들리지 않는 곳에 닿으면
있는 곳 알지 못한다네.

세존께서 말씀하시길, 마치 불이 꺼지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이, 번뇌를 멸진한 것도 역시 이러한 까닭에 열반이라 이름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열반이란 아무것도 없는 것을 이름하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여래는 항상 머무는 법이어서 바뀌지 않는다 하십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가섭아, 여래의 성품은 소멸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하지 마라. ‘불꽃이 튄다’는 것은 번뇌를 말하며, ‘흩어지면 그 흔적 알지 못한다’는 것은 여래가 번뇌를 소멸하고는 오취(五趣)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번뇌를 멸한 것은 곧 영원히 끝나는 것이므로 항상한 것이라 이름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 머무는 법이어서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섭이 말했다.

“만일 번뇌의 불이 소멸하면 여래께서도 소멸합니다. 그렇다면 여래께서 항상 머물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 불꽃을 날리며 흩어지는 무쇠가 붉은색이 없어지면 이르는 곳을 알 수 없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소멸하면 이르는 곳이 없게 될 것입니다. 또 그 뜨거운 무쇠와 붉은 색이 꺼지면 없어지듯이, 여래께서도 역시 그러하시어 소멸하면 무상합니다. 그러니 번뇌의 불꽃을 소멸한 뒤에 열반에 드신다면 여래께서도 곧 무상하다고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무쇠라고 말한 것은 범부들을 이름한 것이니, 범부들은 비록 번뇌가 소멸하더라도 소멸한 뒤에 다시 생하므로 무상하다고 한다. 그러나 여래는 소멸한 뒤에 다시 생하지 않으므로 항상하다고 이름하는 것이다. 마치 불타던 나무가 없어진 뒤에는 재가 남듯이, 번뇌가 소멸한 뒤에는 문득 열반이 있게 된다.

또한 가섭아, 무쇠는 식은 뒤에 다시 붉게 되지만 여래께서는 그렇지 아니하여 번뇌를 끊어버리면 궁극적으로 청량하여서 활활 타는 번뇌의 불이 다시 생하지 않는다. 가섭아, 무량한 중생들이 저 무쇠와 같을진대, 나는 활활 타는 지혜의 불로 그들의 번뇌 결박을 태우고 만다.”

- <대반열반경> 제4권 ‘여래성품’에서

부처님의 게송을 두고 가섭은 ‘불꽃이 사라지고 없다’는 문구에 얽매어 의문을 제기하지만, 사실 그 답은 게송 자체에 이미 나와 있다. 부처님께서는 번뇌를 불꽃으로 비유하여 깨달음의 자리엔 번뇌가 남아있지 않음을 말씀하시는 것인데, 가섭보살은 ‘불꽃이 없다는 것은 곧 여래도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마치 ‘불꽃(번뇌)이 없으므로 망치질이 없다(깨달음)’고 말하는 것과 같으므로, 원인과 결과가 전도된 주장을 하는 셈이다.

가섭보살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음으로 항상할 만한 것조차 남아있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음으로 생사를 여의고, 생사를 여의었으므로 무상이 아닌 항상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