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가정년간에 소주 땅 황언사라는 사람은 부인 안씨와 금슬이 좋았는데,
어느 해 병란을 만나서 부부가 서로 손을 잡고 피난길을 떠나가다가 중도에서
모르는 새 헤어졌다. 부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혼자 도망을 가다가 날은 저물고
인가는 없어 창황하든 판에 마침 길옆에 성황당이 보이므로 하는 수 없이
그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뜻밖에 거기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부인이 깜짝 놀라 막 돌아 서려고 하는데 먼저 들어간 사람이 부르면서 하는 말이,
"부인은 겁내지 마시오. 나는 승려입니다."
하므로, 부인이 그제야 마음을 놓고 들어가서 반가이 인사하고서는 그로부터
난리중에 동행이 되었다. 날이 밝음에 승려가 말하기를,
"젊은 남녀가 길을 가자면 불편함이 많을 것이니, 나의 바랑 속에 한 벌 남복과 장삼이
남아 있습니다. 변복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하니, 부인은 그러겠다고 승락하고 승려를 따라 어느 절로 들어가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황생은 그 부인을 잃고 생각하기를,
"아마 난리 중에 견디기 어려운 고초를 당할 것이다."
하며, 삼년 동안이나 방방곡곡을 찾아보았으나 소식이 막연하므로,
혈혈단신으로 유리걸식을 하면서 소설 같은 책자를 읽으면서 세월을 보냈다. 마침 친구 되는 한 사람이 절강 땅에서 벼슬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만나러 가는데
가흥 땅을 지나서 어느 해변에 이르니, 뜻밖에 경비하는 군사가 몰려오자
사공이 배를 젖지 못하였다. 황생은 후미진 곳을 찾아 대변을 보는 중인데, 건너편 썩은 버드나무 속에서
어떤 보자기가 보였다. 황생은 그것을 집어다가 펼쳐보니, 돈이 한 뭉치가 들어 있음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이것은 하늘이 나를 불쌍히 생각하고 내려줌이다."
하다가 다시 살펴보니, 거기에 권선문 책자 한 권이 있는데 선남 선녀로서 보시한
성명이 나열하여 있었다. 황생이 깜짝 놀라며 생각하기를,
"내버린 돈이라고 가질 것이 못된다. 부처님을 생각해야지."
하며, 그 근처에서 숙소를 정하고 돈 잃은 사람을 기다렸더니 이틀이 지나서
늙은 여승이 나타나 머리를 나무등걸에다 기대며 울기를 마지않으므로,
황생이 그 연고를 물었다. 여승이 대답하기를,
"내가 관세음보살의 화상을 모셔놓고 '법화경'을 인출하여다가 선남선녀에게
법보시도 하여 주고 나는 관음상 앞에서 수지독송하여 볼까하고 각처 시주에게
삼천환이라는 돈을 얻어 가지고 돌아오는 도중에 마침 이곳에 이른즉 난데없는 군졸이
달려오므로 창황 망조 하여 돈이 들어 있는 권선책 보자기를 저 썩은 나무 속에 감추어
두고 잠깐 몸을 피하였었는데, 이제 돌아본즉 그 보자기가 없어졌습니다.
무슨 얼굴로 절에 가서 부처님을 뵈오며 시주한 선남선녀의 안면을 대하오리까?
나는 그만 이곳에서 죽고자 하옵니다."
하므로, 황생이 하는 말이,
"아 그렇습니까? 그 보자기는 내가 주워 가지고 이틀동안이나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하며 급히 돌려주니, 여승은 고두백배하며 하는 말이,
"당신이 나의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생각하면 차마 이별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있는 절이
이곳에서 이십리 가량이니 같이 우리 절로 가셔서 하룻밤을 쉬시고,
저는 부처님께 나아가 그대의 선덕을 아뢰며 따라서 복을 빌어 드리고자 하옵니다."
하므로, 황생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여승을 따라 그 절을 찾아가는데,
날이 저물어서야 산문에 도달하여 여승이 문을 열어 달라 통기하는데,
대답하고 나오는 사람은 곧 황생의 부인이었다.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하면서 손을 잡고 들어가 서로 일장통곡을 하였다. 서로가 울음을 그치고는 각각 지내온 일을 같이 이야기하며 그곳에서 수일을 머물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두 아들을 낳고 부부가 모두 9십 상수를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