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는 일은 자신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자신을 마시는 차이기에 차에 스민 의미와 내용도 사뭇 다를 터. 그래서 차에서 우러나는 향기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차에서 올라오는 미세한 아지랑이에서 사람들의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갈무리하기도 한다.
우리가 주로 마시는 전통 차는 대표적으로 감잎차, 뽕잎차, 쑥차, 복분자차, 국화차, 녹차, 대추차, 율무차, 칡차 등 그 수와 종류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마을마다 혹은 지방마다 차로 만들어 마시는 방법과 의미가 다르니 그야말로 차의 천국이 아닐 수 없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의 으뜸이라고 칭하는 조계종 통도사 입구에 위치한 전통찻집 연다향(蓮茶香)을 찾았다.
작고 아담한 공간에 스며있는 차향에 세속의 탁한 몸을 정갈하게 하는 기운을 느낀다. 연다향(蓮茶香)을 운영하는 김경숙씨는 차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몰랐었다고 밝힌다.
그저 절이 좋아서 절에 다니다보니 차를 마시게 되고, 그 차에 흠뻑 빠져 이렇게 찻집까지 내게 되었다는 김경숙씨.
연다향 공간의 한쪽에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이 눈에 들어온다. 가만 보니 2000년 이후부터 매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들의 작품집이 연도별로 모아져 있다. 그렇게 꾸준히 책을, 그것도 시집을 모아 읽기란 어지간한 관심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특별히 詩에 관심이 있는지 묻자 시낭송에 관심이 있을 뿐 시창작에는 관심이 없단다.
연다향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판매에 주인점을 두고 있는 차는 연잎차와 백연근차(白蓮根茶)이다. 연잎은 그 효능이 이미 오래전부터 입증되었다.
연잎차를 한 모금 마시면 입 안 가득 연잎 특유의 향기가 차의 맛을 즐기게 해주고, 연잎차를 오래도록 마시면 늙지를 않고 흰머리가 검게 되며, 함유하고 있는 성분 또한 다양하고 약효성이 강하여 어혈을 제거하고 건강식으로 좋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하며, 특히 하혈을 멈추게 하고 피를 맑게 해준다. 연잎차는 녹차보다 10배 정도의 매우 풍부하고 맑은 향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맛은 비위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달짝지근하며, 색 또한 선명하다.
연꽃은 사찰이나 찻집에서 향차로 쓰이는데 스님들이 연차(蓮茶)를 마시는 것은 연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도를 닦는데 도움이 될 정도로 연차는 예로부터 심신을 맑게 하고, 정력을 돋우는 미용차로 전해오고 있다. 연잎차는 땀이 많이 났을 때 갈증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더위에 지친 심신을 도와준다.
또 피를 맑게 해서 마음을 편안하게하고 입 냄새와 니코틴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하엽(荷葉)은 그 성질은 치우침이 없으며, 맛은 쓴 맛이며 독이 없다고 하였고, 그 효능으로는 혈리(血痢 : 피가 섞여 나오는 이질)를 치료하고 태아를 안전하게 보호하며, 나쁜 피를 제거한다고 하였으니 모든 이에 두루 이용할 수 있지만 특히 여성에게 더욱 이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여성에게 이로운 연잎차와 바다에서 나는 명아주과에 속한 함초를 사용해 만든 함초분말과 함초환 등을 연다향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연다향의 연잎차는 7번 이상 덖어 만들기 때문에 차의 잡내가 없고 깔끔한 맛과 향이 독특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2011년부터 출시될 백연근차(白蓮根茶)는 차로 마시고, 밥에도 넣어 먹을 수 있고, 반찬으로도 사용할 수가 있다. 잘 말린 백연근차는 어린이간식과 평상시 동호인모임의 간식으로 사용하기에도 좋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찻집은 마음이 고픈 사람들이 찾는 집이라고 손님들이 말한다. 그리고 차 한 잔 마시고 돌아갈 때는 풍요로운 감동을 듬뿍 안고가게 된다는 말도 곁들인다.
김경숙씨는 “아직 차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다행히 큰 사찰이 옆에 있어서 많은 도움도 되고 큰 공부를 하게 됩니다. 매일 아침 통도사 소나무 길을 산책하고 돌아오면 온 몸과 마음이 정갈하게 씻겨져서 아주 산뜻하고 상쾌한 하루를 보낼 수가 있습니다. 그게 저의 가장 큰 행복이자 건강의 원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연잎차에는 로에메린, 루시페린, 비타민C, 비타민B12 등 기초비타민, 아스파라긴산, 아르기닌, 티로산 등 아미노산, 생리활성재배 성분인 플라보노이드성분 등과 같은 여러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어 당뇨병 등 성인병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카페인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또 연잎차를 오래 섭취하여 체중이 감소되면 원래대로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거기에 세포의 노화와 암 등을 유발하는 유해산소를 60% 정도 제거해주는 항산화 효과가 있어 최근 급증하는 암환자들의 필수 구매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차향이 연다향 찻집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장난을 치다가 손님의 무릎에 앉아 재롱을 떨다가 다시 차탁 모서리에서 곡예를 펼치고 있다. 출입문 밖에서 오가는 사람들과 자동차들도 백연근차의 향기에 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찰라의 시간 속에 고요하고 정제된 길을 찾는지 모른다.
“백연근차는 연(蓮)의 꽃부터 대궁, 잎, 뿌리 등 모두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 가운데 가장 효능이 좋은 뿌리를 주재료로 하고 있습니다. 차로 우려내서 마신 후 남은 연뿌리는 무쳐서 밥반찬으로 먹거나 말린 후 아이들 간식으로 내놓으면 아이들의 머리도 맑아지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 성장발육에도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하여 판매보급에 나서고 있는 백연근차는 연다향에서만 구입을 할 수 있다.
‘연다향에 오고 가는 손님 누구에게나 부처님께 차를 올리는 심정으로 차를 내라’고 덕담을 내준 어느 손님의 말처럼 연다향 문을 열고 들어서는 부처님들에게 김경숙씨는 깊은 정성으로 연차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