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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일

헛일


기상하고 괴이하게 말하면 선지식이라 하고
해박하게 많이 알면 성인(聖人)에다 견준다.
비록 경전을 잘 알고 시부(글)에 능하다 해도
마음자리가 밝지 않으면 모두 다 헛일이다.
奇談恠語稱知識(기담괴어칭지식)
愽覽多聞擬聖流(박람다문의성류)
雖善經書詩賦筆(수선경서시부필)
未明心地盡虛頭(미명심지진허두)
-월봉무주(月峯無住, 1623-?)

단어풀이부터 하고 가자. 기담괴어(奇談恠語)는 기이한 얘기와 괴상한 말을 말한다. 지식(知識)은 선지식(善知識)의 줄인 말이다. 다시 말하면 큰 지혜를 지닌 사람을 뜻한다. 박람다문(愽覽多聞)은 널리 보아 많이 앎을 의미한다. 의(擬)는 견주다, 성류(聖流)는 성인의 부류, 수선(雖善)은 비록 잘한다 해도, 미명(未明)은 밝히지 못함. 심지(心地)는 마음 밭, 마음자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미명심지(未明心地)는 마음 밭, 마음자리를 밝히지 못한 것을 말한다. 진(盡)은 다할 진, 허두(虛頭)는 헛됨의 뜻으로 진허두(盡虛頭)는 모두 다 헛일이라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말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듣고 나선 그 얘기를 해준 분을 우리는 존경하고 높이 받든다. 또한 무슨 말을 묻건 간에 번지르르하게 대답을 잘 해주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도 존경과 칭송의 대상이 된다. 묻지도 않은 말을 경전을 섞어가며 좔좔 얘기하는가 하면 시문도 착착 지어주기도 한다. 대단하다. 높다. 하지만 ‘마음 밭(마음자리, 心地)’을 ‘밝히지 못하면[未明]’ 도로아미타불, 다 헛된 일이라는 월봉 선사의 일침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도 깊은 반성을 해본다. 그 동안 선시를 쫓아왔는데, 이런 기담괴어를 쫓진 않았는지, 기담괴어만 찾아 찬탄하고 상찬하진 않았는지. 이 선시는 본래 기승전결 4수로 된 선시 중 마지막 4수다. 제목도 ‘탄세부예(歎世浮譽, 세상의 뜬 명예를 탄식함)’다.

‘헛일[虛頭]’은 기승전결 구조로 보면 결에 해당하는 수이다. 기실 먼 후학으로서 월봉무주 선사의 삶이 어땠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이런 선시가 나온 것으로 봤을 때 월봉 선사 시대에도 ‘난 체’ 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월봉 선사는 ‘든 것’ ‘된 것’ 없이 선승입네 고승입네 하며 세상을 횡행하는 사람들을 지긋이 나무라기 위하여 위 선시를 썼음이 분명하다.
월봉 선사의 입적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도 월봉 선사의 드러나지 않은 조용한 삶을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 아닐까 한다. 언제 어디서 입적했는지 모른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알아서 잘 정리하고 떠났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심지(心地, 마음 밭, 마음자리)’는 월봉 선사가 살아생전 따르는 이들에게 “자심(自心)이 곧 부처이니 마음 밖에서 부처를 구하지 말라”며 ‘자성불(自性佛)’을 염하게 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하여, 이 선시의 백미는 4구의 “未明心地盡虛頭(미명심지진허두)”이다. 이를 일러 청허휴정(淸虛休靜) 선사는 “자기를 밝히지 못한 채 밖으로 나가/ 망령되이 다른 이의 스승이 되어 세상의 수치가 된다”[未明自己外邊走(미명자기외변주)/ 妄作人師慙宇宙(망작인사참우주)] 하였고, 無衣子慧諶(무의자혜심) 선사는 “길 멀고 밤 길더라도 불을 잡지 말라/ 불어 끄고 어둠 속을 가는 것만 못하느니”[路遠夜長休把火(로원야장휴파화)/ 不如吹殺暗中行(불여취살암중행)라고 하였다.

이 선시를 읽으며 필자는 필자부터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얄팍한 지식과 머리로만 익힌 선(禪)으로 묻는 이들에게 잘못된 길을 알려주지는 않았는지, ‘된 것’ ‘든 것’도 없이 그들 앞에서 ‘난 체’ 하며 밥을 축내지는 않았는지, 내 마음의 자성불과 깊은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이었다. 그렇다. 내(네) 마음에 광명이 없는데 세상의 칭송을 받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업과 괴로움만 더해갈 뿐. 그런 기림은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에 다름 아니다.

승한 스님 빠리사선원장 omubuddha@hanmail.net

[출전 ㅡ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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