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네 번째, 수연 스님의 수행의 준비와 실천 <工夫>
이과 : 통찰의 해설
무상(無常)- 한 시점이 전체 시점이라는 시간의 부정(1)
지금 보고 있는 이 책자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현재가 실존하지 않는 허구라고 합니다.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허망한 꿈에 불과할 뿐이라고 합니다. 이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무상을 이해하려면 시간의 본질을 파악해야 합니다. 시간의 속성을 분석함으로서 무상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에 앞서 모든 현상은 계속하여 나고 없어지고, 변화하여 그대로인 것이 없이 허망하다는 의미를 가진 ‘무상’이란 단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무상을 풀이할 때 변화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변화라는 단어는 무상을 설명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변(變)자는 ‘달라지다, 바뀌다’는 뜻으로, 스스로의 상태가 자체적으로 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이르렀을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화(化)자는 ‘나타나다, 태어나다’의 뜻입니다. 이전부터 유지되던 모습과 다르거나, 없었던 모습이 새로 나타나는 현상을 뜻합니다. 여기서는 ‘변’자 뒤에 붙어, ‘만들거나 되어간’의 뜻을 더하는 명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러 변화의 일반적 의미는 어느 시점에 고정된 제 모습이 있고, 다음 시점에 그 모습을 기반하여 바뀐다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무상은 시점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덧없음’이라고 밖에 표현되지 않습니다. 변화라는 단어와 불교의 무상이라는 단어가 서로 다른 뜻이라는 내용을 이해함으로써 무상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61-63쪽>
2018년12월28일 영하 13도의 아침, 현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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