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보살 10대원-2
혜총 스님
② 어떤 중생이나 나를 미워하고 죽인 사람까지라도 나와 인연이 있어 보리심을 내게 하리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지만 세속적인 입장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나를 음해해서 억울하게 죽인다면 그 원한은 구천에 사무쳐 저 세상에 가서도 울부짖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문수보살님은 당신을 미워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악연(惡緣)마저도 당신의 인연으로 받아들인다. 설령 나를 시기하고 미워해서 나를 처참하게 살해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와 인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처님의 지견을 알게 하고 보리심을 내게 만들겠다는 서원이다.
문수보살님의 서원은 단순히 원한을 지은 사람에 대한 용서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미워할 상대도 용서할 사람도 용서할 일도 없는 마음이다. 문수보살님의 마음은 일체의 상에 취착하지 않는 텅 빈 허공 같은 마음이다. 여여(如如)하고 부동(不動)한 마음이다.
[출전 : 불교신문3619호/2020년10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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