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물이었던 구름을 본다
불교신문 논설위원 백학기
“하나의 도(道)에 머물며, 하나의 깨달음을 사용해, 하나의 맛을 깨닫는 것이다.”는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에 나와 있는 구절을 보면 동서양이나 이 우주, 이 세계가 하나의 깨달음을 통해, 하나의 도(道)에 이르러, 하나의 맛을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우주를 하나의 맛으로 깨닫는 철학은 원효 외에는 다른 어느 철학자나 성인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이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는 종교의 가치보다 철학의 가치에 더 가까이 근접해 있는 게 아닐까. 일본 교토의 화엄종 대표 사찰인 고잔지 절에는 원효의 사상을 치열하게 실천한 묘에스님(1173~1232)의 유훈 “본연의 모습이란”을 음미하면 원효의 일심(一心) 정신이 느껴진다. 원효의 일심을 통해 구현된 부처의 정신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없다. 또한 ‘나’와 ‘너’가 없다. ‘나’와 ‘너’가 없고 ‘그것’조차 없는 것이다. 모든 게 열려있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되, 본질은 하나이다. 이른 바 열려 있는 정신이다.
한때 물이었던 구름을 본다는 것은 한때 구름이었던 물을 본다는 것이다.
<출전 : [불교신문3431호/2018년10월13일자] 내용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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