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력(願力)은
‘원력’에 담긴 의미는 깊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스스로 보살이 되어 다른 사람을 구제하려는 굳은 결의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목적 또는 공동체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결연한 의지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측면에서 보면 후자를 ‘소극적 원력’이라 하겠지만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현안을 타개하려는 서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억불숭유 시대에 꺼져가는 법등을 다시금 밝혔던 허응보우 스님의 삶을 돌아보면 이해할 수 있다.
허응보우 스님은 연산군이 폐지한 선교양종을 복원한 후 승과를 복원해 실시했고, 성종이 폐지한 도첩제를 다시 허용했다. 출가의 고귀함을 만천하에 일깨우고 승려로서의 지위를 향상시켰음이다. 그리고 황폐한 사찰을 새롭게 일으켜 불교의 존재감을 고양시켰다. 쇠락한 불교를 일으켜 세우려 했던 허응보우 스님은 유학자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았고 제주도에서 끝내 순교했다. 허응보우 스님이 이 땅에 심고자 했던 건 자긍심이었고, 그 자긍심을 바탕으로 불교를 중흥시키려 했던 것이다.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원력에도 숭고한 가치가 있음을 직시할 수 있다.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1508호,2019.10.16일자 기사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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