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신앙
불교 흥기에 즈음한 기복신앙
글쓴이 : 조준호
불교가 흥기하기 이전의 고대 인도의 신앙 형태는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나 자연계의 배후에 존재한다고 하는 초자연적인 지배력을 그 기도의 대상으로 하였다. 그러한 대상을 찬송하여 찬가를 남긴 것이 바로 《베다》이다. 신들에게 공물을 바치고 찬송하는 종교적 제의(祭儀)를 통해 갖가지 종류의 현실적인 이익을 얻으려 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건강, 장수, 풍년, 강우, 자손 번식, 가축의 증식, 아내를 얻는 일, 전승과 전리품을 얻는 것 등을 사제나 의례를 통해 빌었던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불교가 흥기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계속되었다. 그래서 현세 이익을 위해 갖은 종류의 주문, 주술, 의례 그리고 기도가 기복 행위의 방법으로 사용되어졌음을 잘 보여주는 경전이 있는데, 《브라흐마 잘라 숫타》와 한역 대응경전인 《범동경(梵動經)》이다. 그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0. 자신들에게 복을 내려달라고 각종의 공양물을 올리고 기도하며 제사를 지내는 것
0. 손을 합장하여 일월성신(日月星辰)에게 예배하고 기도하는 것
0. 귀신을 부르거나 쫓으며 행하는 갖가지 기도(種種厭禱)와 무수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법
0. 정력이 강해지기를 빌거나 무력해지기를 비는 주술을 쓰는 것
0. 자손 번창을 비는 행위
0. 병을 점치는 것이나 병이 나도록 또는 낫도록 주문을 외우는 것
0. 손을 짚거나 짚지 않고 점보는 것
0. 해몽과 점성술, 손금 그리고 다른 부분의 신체를 보고(面相·手相·身相·頭相·足相 등) 수명과 재화와 손실을 점치는 것
0. 천시(天時)를 점쳐서 비가 많고 적을 것을 예견하는 것
0. 풍년이나 흉년을 점치는 것
0. 태평이나 환난을 점치는 것
0. (혼사 등의)길일을 점치는 것
0. 혼사에 있어 길일을 잡아주는 것
0. 수명을 점치는 것
0. 집을 짓고 정원을 잡는 데 풍수지리를 보아주는 것
0.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
0. 벙어리나 귀머거리가 되도록 주문을 쓰는 것, 그리고 손이 잘리거나 유산을 하도록 주술을 쓰는 것
0. 거울이나 동녀(童女), 그리고 신으로부터 길흉의 때를 묻는 행위
0. 사람들에게 행·불행을 주려고 주문을 외는 것
0. 물과 기타 다른 방법에 의해 죄를 면할 수 있다는 정화의례을 행하는 것
0. 물과 불에 주문을 거는 것
0. 귀신을 부리는 주문을 쓰는 것
0. 독사를 호리는 기술과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주술
0. 화살로부터 해를 당하지 않는 주문을 쓰는 것
0. 관직에 있는 사람의 지위를 예견해 주는 것
0.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주술
0. 입에서 불을 내는 이변을 보이는 것
0. 안약이나 눈의 연고를 사용하여 (환상을 일으켜)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
0. 고행으로 남의 존경심을 사서 이양(利養)을 구하는 것
0. 국운(國運)을 점치거나 예언하는 것.
이와 같이 초기경전은 당시 일반대중에 있어 양재초복과 현세이익과 관련한 갖은 종류의 기복 행위가 얼마나 성행하고 있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불교가 이를 비판하면서 태동하였다는 것은 인류사에 있어 불교 흥기의 당위성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부처님은 이러한 모든 행위는 축생법(畜生法: tiraccha?a-vijja? 또는 서도법(庶道法)이라 규정하고 강력하게 금지하고 배격하였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동물의 지식’ 즉, 수행하는 사람은 결코 행해서는 안 될 비천한 지식이라는 것이다. 불교적 용어를 쓰자면 세간적 또는 세속적 가치를 지니는 범속한 행태들이다.
<출처 : 불교평론 7호, 2001년 여름호 내용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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