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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글쓴이 : 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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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그릇에 담겨진 茶心>
차를 마시는 즐거움이란 사람에 따라서 다소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차인들은 비슷한 공통점이 있으리라 생각되어 진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어떤 차를 어떤 다기에 담아서 마셨느냐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감흥이 많이 다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즈음 나는 찻그릇들을 감상하는 재미에 빠져 차를 마시는 횟수가 꽤나 잦아지면서 그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다관이나 다완에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찻물이 물들어 변화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마냥 즐겁다. 찻그릇에 찻물이 드는 것을 茶心이 든다고 표현하는데 나름대로 풀어보면 다기에 찻물의 색뿐 아니라 차를 마시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담겨져야 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난생처음으로 다기를 구입했던 차생활의 초창기, “새로 구입한 다기는 찻잎을 조금 넣고 끓인 물에 한번 삶아서 사용하라”는 선배 차인의 말만 듣고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그 결과는 엄청난 실패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가르쳐준 선배도 선배지만 나 자신의 분별력 없는 행동이 얼마나 무지, 그 자체였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백자나 분청, 가릴 것 없이 찻잎을 넣어 끓인 물에 담아 푹 삶았으니까......
나의 이런 실패를 이제 막 차를 접하는 이들은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약간의 도움은 되리라는 생각으로 나름대로의 茶心들이기를 소개해 본다.
다기에 물을 들이기 위해 찻잎을 넣어 끓인 물에 다기들을 삶아내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물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찻그릇을 한순간에 항복시켜 망가트리는 행위와 같다. 이렇게 해서는 아름답게 물들여진 茶心을 다기에서 결코 볼 수가 없다. 다기 전체가 일률적인 색과 톤으로 찻물이 들여져 재미도 없지만 무엇보다 꾸준히 쓰이고 다루어짐으로 만들어지는 연륜의 깊이를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어 생명감을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특히 분청의 경우는 자칫하면 지저분할 정도로 보기 싫은 그릇이 되고 만다. 이 또한 그릇과 그릇을 만든 사람에 대한 결례가 아닌가?
자연염색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게 되리라 본다. 쪽물을 진하게 들이기 위해서는 옷감을 오랫동안 쪽물에 담가두는 것이 아니라 한번 물들이고 말렸다가 또다시 물들이고 말리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진한 쪽물의 색을 얻을 수 있듯 다기도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꾸준히 많은 시간과 애정을 주어야만이 아름다운 茶心이 그릇에 담겨져 나오게 된다. 음악에 강약이 있듯 그릇의 茶心에도 강, 약, 중간 약의 조금씩 다른 톤의 색깔 그리고 여백이 남겨져 있어야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경험을 통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염두에 두고 茶心을 담아내기 위한 몇 가지 유의점을 정리해본다.
1, 다관을 처음 구입하면 80-90도의 뜨거운 물로 깨끗이 세척하여 물기를 닦아내고 완전히 말립니다(다관을 뒤집어 놓아 물기를 제거 한 후 마른 다관은 바로 한 다음 뚜껑을 걸쳐놓아 통풍이 잘되도록 합니다)
2, 차를 우려 마시고 나서는 반드시 뜨거운 물로 안을 헹구어 낸 뒤 겉은 마른 수건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듯 여러 번 닦아서 물기를 없앤 다음 뚜껑은 열어두거나 걸쳐놓아 다관의 안을 말린 후 뚜껑을 닫아서 잘 보관합니다.(차 찌꺼기를 완벽하게 제거한 다음 뜨거운 물로 헹구었다면 자연건조가 되기에 첫 번째처럼 다관을 꼭 뒤집어 놓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분청의 경우는 뒤집어서 건조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茶心과 찻물이 말라서 만들어 내는 차때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다기에 묻어있는 찻물을 깨끗이 닦아내지 않으면 그릇의 표면에 찻물이 눌러 붙어서 지저분한 차때가 됩니다. 茶心은 그릇에 붙어있는 차때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은 찻물을 그릇이 껴안고 품어서 배어 나오게 하는 그릇과 찻물의 완벽한 결합과 조화의 산물입니다.(분청이나 연질의 백자라면 세척과 건조에 좀더 신경을 가져야 좋은 차심을 볼 수 있습니다)
4, 녹차나 청차계통의 차는 변질이 쉽게 될 수 있으므로 장시간 다기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물론 흑차의 경우도 우려낸 찻잎과 남은 찻물은 가능한 한 다기에서 빨리 제거하십시오. (산화나 곰팡이의 발생으로 다기에 좋지 못한 성분이나 냄새가 배이게 되어 그릇을 망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5.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다기들도 1주일에 한번정도는 우려낸 찻물로 샤워를 시켜준 다음 위의 방법으로 뒷마무리를 하여 보관하십시오. 그래야만 그 그릇들도 살아있는 그릇들이 될 수 있습니다.(그릇의 보관은 밀폐된 장농속보다는 찬장이 났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꺼내어 샤워는 시키지 않더라도 공기를 접하게 해 주십시오. 흙으로 만든 그릇은 숨쉬기를 좋아합니다)
이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다기들과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정성을 들여가며 아름답게 물들여지는 茶心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날마다 가득히 가지기도 하지만, 간혹 애정을 많이 주지 못한 구석진 곳에 있는 그릇들을 볼 때면 괜히 못난 부모를 만나 고생하는 자식을 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기의 연륜은 사용한 시간과 다루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지 구입한 날을 두고 계산되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며, 좋은 다기는 도공의 몫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차인들의 몫이기에 늘 사랑을 담은 마음으로 다기들을 다루고 사용한다면 이 시대의 명품들을 우리들의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리라. - 雅香 - ************************************************************************************** 윗글은 '아향' 님이 쓴 글을 본인의 허락을 얻어서 올린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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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조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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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다시 한 번 더 읽어보니 글쓴이의 정성 어린
마음이 전해집니다. 이러한 차인의 마음으로
추운겨울 따뜻함을 담아 주위분들께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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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3 23:55: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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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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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사랑하는 맘이 작은 손길 하나에도
정성으로 이뤄진듯합니다
복짓는날 되소서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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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08:5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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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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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다기를 함부로 쓰는 사람중에 한사람 입니다. 차를 마실때는 정성을
드리는가 싶다가도 뒷처리는 깨끗지 못해
다시 차를 마시려 하면 엉망인 차판을 보고 반성을 합니다만, 잘 안되네요.^^;;
그래서 주변과의 관계도 찻자리 처럼 될까봐 늘상 조심하기도 하지요.
맘을 잘못 휘두르면 , 첫번째 다치는 사람이 자신이고, 그담엔 남까지
다치게 하니 이런 손해보는 장사가 어디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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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6 04:1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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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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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다기는 도고의 몫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차인의 몫이기에
늘 사랑을 담는 마음으로 사용한다...라는 글쓴이 마음이 참 곱습니다.
찾아주신 두분에 따뜻함이 제게도 전해 집니다.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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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6 04:1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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