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들은 총 궐기해달라.”설조스님 대변인 이학종 선생이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8.4보신각 촛불법회에서 설조스님의 영상메세지와 함께 이학종 선생이 단상에서 전달한 특별한 메시지였습니다.

이학종 선생에 따르면 설조스님 건강은 점차 회복 되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어지럼증이 있기는 하지만 가벼운 미음 등으로 보식하고 있어서 잘 하면 8.11촛불법회에서 뵐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국민휴가기간에

8월 첫째주는 국민휴가기간입니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집단으로 휴가에 들어갑니다. 이와 관련된 협력업체나 상가 등도 휴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공단주변은 한산합니다.

국민휴가기간에 8.4촛불법회가 열렸습니다. 그동안 폭염으로 열대야로 몹시 견디기 힘들었는데 이날 법회날에는 바람이 불고 그다지 끈적거리지 않았습니다. 촛불법회가 그늘진 오후 6시반에 열린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이날 8.4촛불에도 보신각 광장이 80% 가량 찼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오백명 이상 불자들이 대거 참가했습니다. 무엇보다 승리를 만끽 하는 것 같았습니다. 김영국 시민연대 상임대표가 “처음 시작할 때는 삼사십명에 불과 했는데 이제 천명 가까이 불어나 감개무량합니다.”라고 인사말 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처음 시작은 미미했습니다. 매주 촛불법회가 열릴 때 마다 빠짐 없이 참가하여 기록을 남겼습니다. 지난 5월과 6월에 똑 같은 장소 보신각에서 모인 인원은 네다섯 개 재가불교단체 사오십명에 불과했습니다. 깃발도 정의평화불교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불력회 등 네 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부터 삼사개월이 흐른 지금 참가가는 천명 가량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깃발도 재작년 광화문촛불 때 깃발군단을 보는 듯 수십개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깃발이 늘어난 것은 기존의 네다섯개 재가불교단체 뿐만 아니라 대불련, 대불청, 포교사단, 불광사 등이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열기에서 일까 이날 8.4촛불법회는 승리를 자축하는 듯 시종 유쾌하고 희망차게 진행되었습니다.

사실상 재가불자들의 승리

사실상 재가불자들이 승리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견고하여 도저히 깨질 것 같지 않던 권승들의 카르텔에 균열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직접적인 도화선은 설조스님의 목숨을 건 단신 41일이 가장 큰 요인일 것입니다. 그러나 재가불자들의 움직임이 없었다면 이익으로 똘똘 뭉친 범계승 카르텔은 여전히 강고했을 겁니다.

역사는 뜻 있는 소수에 의해 주도됩니다. 현실인식을 정확하게 아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 역사의 수레바퀴는 굴러갑니다. 조계종 권승들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종단권력에서 자유로운 재가불자들이 앞장섰습니다. 마침내 현총무원장 퇴진이 거론 되기에 이르렀고 8.23승려대회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단상의 리더들을 보니

이날 8.4촛불법회에서는 그동안 촛불을 이끌던 모든 단체의 리더가 단상에 올라 갔습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면 한마디 하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대부분 리더의 자격을 갖춘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리더의 발언 하나하나를 들어 보면 역량이 드러납니다. 살아온 삶의 과정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단상에 설 정도라면 이미 검증된 사람이라 볼 수 있습니다. 

왜 동등한 배려인가

리더의 자질은 무엇일까? 수많은 성공관련 서적에서 리더학을 이야기하지만 초기경전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한수레나 되는 방대한 빠알리니까야를 보면 지혜로운 가르침으로 가득합니다. 우리가 살아 가면서 닥치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법이 거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더와 관련하여 앙굿따라니까야 ‘핫타까 알라바까와 섭수의 경에 이런 가르침이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대중을 세존께서 가르쳐주신 네 가지 섭수의 토대로 이 대중을 섭수합니다. 1) 저는 ‘이 사람은 보시를 베풀어 섭수해야 한다.’라고 알면, 그 사람을 보시를 베풀어 섭수합니다. 2) 저는 ‘이 사람은 사랑스런 말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사랑스런 말로 섭수합니다. 3) 저는 ‘이 사람은 도움을 주는 일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도움을 주는 일로 섭수합니다. 4) 저는 ‘이 사람은 동등한 배려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동등한 배려로 섭수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사섭법입니다. 이제까지 대승불교만의 실천수행 지침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초기경전에 실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섭법에서 동사에 대한 것을 보면 대승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다릅니다. 대승에서 동사는 ‘고락을 함께 하는 것’으로 설명되는데, 빠알리원문 ‘사마낫따따야(samānattatāya)’을 해석하면 ‘동등한 배려’로 됩니다.

왜 동등한 배려가 리더의 자질을 결정하는 항목에 속할까? 리더가 되려면 사섭법을 실천하는 자이어야 합니다. 사섭법에서와 같이 보시(dāna), 사랑스런 말(peyyavajja), 도움을 주는 일(atthacariyā)과 더불어 동등하게 배려하는 것(samānattatāya)이야말로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만일 리더에게 이런 덕목이 없다면 권위를 내세우는 ‘보스’라 해야 할 것입니다.

동등한 배려는 타인의 말을 잘 들어 주는 것도 해당됩니다. 대개 지위가 높은 위치에 있는 자는 자신의 말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을 때 분위기는 어색해집니다. 그러나 사섭법을 실천한 리더에게는 자신의 말보다 타인의 말을 잘 들어줍니다. 이를 겸청(兼聽)이라 볼 수 있습니다.

리더의 조건 여덟 가지

겸청이란 겸손하게 경청하는 것을 말합니다. 리더가 겸청하는 자세를 갖추었을 때 사람들이 그를 따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리더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덕목으로서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부처님은 알바바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칭찬합니다.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믿음이 있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계행을 지키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부끄러움을 알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창피함을 알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많이 배우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관대하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지혜를 갖추었다.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겸손을 갖추었다. 핫타까 알라바까는 이와 같은 여덟 가지 아주 놀랍고 경이로운 원리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아라.”

초기경전에서 본 핫타까 알라바까는 오백명의 재가신도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오백명을 이끄는 힘이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여덟 가지 덕목입니다. 즉 1)믿음이 있는 것, 2)계행을 지키는 것, 3)부끄러움을 아는 것, 4)창피함을 아는 것, 5)많이 배운 것, 6)관대한 것, 7)지혜를 갖춘 것, 8)겸손을 갖춘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여덟 가지 조건입니다.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덟 가지 조건을 갖추었을 때 리더라 합니다. 그렇다면 리더의 여덟 가지 조건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수승할까? 이럴 때는 부처님 말씀을 찾아 보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수행승이여, 훌륭하다, 훌륭하다. 그 훌륭한 가문의 아들은 겸손하다. 자신에게 있는 착하고 건전한 것들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수행승이여, 그러므로 핫타까 알바바까가 여덟 번째 아주 놀랍고 경이로운 원리 즉 겸손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라” 라고 말했습니다. 겸손이야말로 최상의 리더십임을 알 수 있습니다.

리더에게 자만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르면 자만하기 쉽습니다. 많이 가진 자일수록, 많이 배운 자일수록 “내가 누군데”라며 남을 업신여기며 깔보기 쉽습니다. 권력을 가졌다면 자신에게 쓴소리 하는 자에게 “내가 누군데, 감히!”라 할 것입니다. 이는 재력이나 학력, 권력을 자아와 동일시해서 발생되는 현상입니다.

가진 것이 얼굴밖에 없는 사람은 얼굴이 그 사람의 삶의 전부나 다름 없습니다. 얼굴에 잡티하나만 나도 안절부절하지 못합니다. 얼굴을 자기 것이라 하여 자아와 동일시해서 발생되는 문제입니다. 이처럼 돈, 학력, 지위, 권력 등을 자아와 동일시 하면 “내가 누군데”라는 자만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자만은 수행자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고행을 한 수행승이라면 “누가 나를 따를자 있으랴”라며 우월적 자만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자만은 뿌리가 깊어 아라한이 되어야 없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리더에게 자만이 발생하면 그 조직은 오래 유지되지 못합니다. 금력이나 폭력으로 유지 되는 보스형 리더가 아닌 한 리더에게 “내가 누군데”라는 자만이 생겨 났을 때 조직은 깨지기 마련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리더의 조건은 초기경전에서 보는 핫타까 알라바까입니다. 오백명을 리드할 수 있는 리더의 기본조건은 사섭법에 기반한 것이고 구체적 조건은 믿음, 계행 등 여덟 가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조건은 겸손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동등하게 배려 해 주었을 때 따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연등축제하듯이 조계사로

8.4촛불법회는 6시반에 시작하여 8시반에 끝났습니다. 연대사를 듣고 문화공연을 본 후에 조계사로 행진했습니다. 이날은 특별하게도 연등이 준비 되었습니다. 연등축제 때나 사용되는 엘이디 오색연등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엘이디 촛불도 준비 되었습니다.

요즘 날씨는 밤 8시만 되면 캄캄해집니다. 오색연등을 들고 불자들은 연등축제하듯이 조계사로 향했습니다. 설조스님 단식도 끝나서일까 조금은 홀가분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권승들의 카르텔에 균열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촛불법회한 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니라 바위에 대못을 박아 균열 내기 였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총궐기하라!”

다음 촛불은 8월 11일일입니다. 설조스님은 병상에서 메시지를 통하여 불자들이 8월 11일 총궐기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아마 8.11촛불은 보신각 광장이 넘쳐 차도에 까지 인파로 가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회자의 말에 따르면 8.11촛불법회 때에는 가수 안치환도 올 것이라 합니다.

이번 8.4촛불에서 불자들은 승리감을 맛 보았습니다. 절대 계란으로 바위치기기 아니었습니다. 범계승의 카르텔에 균열을 내는 쾌감을 맛보았습니다. 그런데 바위는 한번 금이 가면 두 동강이 난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견고한 범계승 카르텔이라도 한번 균열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불자들이 총궐기하는 8.11촛불과 스님들이 결집하는 8.23승려대회가 고비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