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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고찰 여성주지 김묘선 *^*





광복절 다음 날인 8월 16일 오후, 일본 시코쿠(四國) 지방 도쿠시마(德島)현 향토문화회관에서 한일(韓日)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공연 〈친구〉(友)가 열렸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 무용가들이 한일 관계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면서 함께 춤을 췄다. 모든 춤에는 명인 이광수가 이끄는 민족음악원과 이종대(피리), 홍옥미(해금) 등 한국 전통 음악 연주자들의 가락이 곁들여졌다. 이 공연을 기획한 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교육조교인 무용가 김묘선(58) 스님. 도쿠시마의 1000년이 넘은 절 대일사(大日寺)의 주지다. 그도 이날 무대에 올라 승무를 선보였고, 일본 무용수들과 함께 이 지역 전통 축제에서 추는 아와오도리 (阿波おどり)를 췄다.

일본 불교에서는 최징(最澄) 대사가 만든 천태종(天台宗)과 홍법(弘法) 대사가 만든 진언종(眞言宗)이 유명하다. 시코쿠 출신인 홍법 대사는 시코쿠의 사찰 가운데 88개를 진언종의 성지로 지정했다. 일본 전역의 불교 신자는 물론, 관광객들 사이에서 88개 성지를 순례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김묘선씨가 이끄는 대일사는 그중 열세 번째다. 88개 절의 주지 중 삭발을 하지 않은 이는 아마 그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일본의 유일한 외국인 여성 주지다. 그는 “내가 일본 절의 주지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한 적도 없다”고 했다.


* 승무 전수자에서 일본 스님의 아내로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그는 한국에서 승무를 추는 무용가로 활동했다. 합천농악의 수징수였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춤을 가까이 접하면서 자랐다. 스무 살 무렵, 인간문화재 1호 김천흥 선생에게 궁중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5년을 공부한 뒤,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무형문화재 27호 승무, 97호 살풀이춤 명예 보유자인 고(故) 우봉 이매방 선생을 찾아가 춤을 배우고, 전수교육조교가 됐다. 이매방 선생의 전수교육조교는 제자 중 김씨를 포함해 단 두 명밖에 없다.

    한국 전통무용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이매방 선생의 뜻에 따라 김씨는 해외에서 공연을 많이 했다. 1995년 일본 공연을 끝내고 그는 대일사의 오구리 고에이 주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듬해, 오구리 주지는 통역사를 데리고 한국에 있는 김씨를 찾아와 청혼을 했다. 진언종에서 승려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수 있고, 자녀에게 절을 물려줄 수도 있다. 오구리 주지에게 이미 반했던 김씨는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김씨는 “일본에서 결혼식을 올렸을 때 한일 양국의 전통문화 명인들이 와서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췄다. 그게 바로 한일 친선 공연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그는 결혼 후에도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 그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도쿠시마에서 한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살기가 쉽지 않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비자 때문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면 직원이 우리 부부를 아는 체도 안 했다. 거기 다녀온 날이면 나는 하루 종일 말이 없었다. 절에 항의나 협박 전화도 많이 왔다”고 했다. 어느 날 그는 남편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 귀화할까?” 남편은 “싫다”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만약 여기가 당신이 귀화를 해야만 살 수 있는 곳이라면 내가 그냥 여기를 버리겠어요. 홍법 대사의 정신은 모두가 평범하고 평등하다는 거예요. 그런 정신으로 만든 시코쿠의 순례지에서 외국인이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면 그게 잘못된 것입니다. 여긴 국적, 종교, 사상을 초월한 곳이 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 당신이 귀화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남편은 한국 전통무용을 알리기 위해 연간 1만여 명이 찾는 대일사에서 봄·가을에 매일 김씨에게 공연을 하도록 했다. 여름과 겨울에는 김치 만들기 강좌와 한글 교실을 열었다. 김씨가 이끄는 김묘선 발림 무용단은 2001년부터는 일본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아와오도리축제〉에 유일한 외국 무용단으로 초청받아 지금까지 매년 참가하고 있다. 도쿠시마 신문사 문화센터에 한국 전통무용 강좌를 만들어 키운 일본인 제자들이 한국국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씨의 남편은 2007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그는 “당시에는 모든 것을 접고 열 살인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를 이곳에 남게 한 건 아들이었다”고 했다.

    “아들이 커서 주지가 되어 이 절을 이끌어가기로 아빠와 약속을 했다는 거예요. 성인이 돼서 아빠와의 약속을 지킬 때까지만 엄마가 이 절을 지켜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그때 정신을 차렸죠. 남편이 쓰러지기 전에 저에게 스님 자격증을 따지 않겠느냐고 물었던 게 기억이 났어요.”


    * 인간은 평범하고 평등하다는 믿음





    일본 불교는 시험을 통해서도 승려 자격을 준다. 장례식을 마친 그녀는 남편이 득도한 교토의 대각사(大覺寺)를 찾아가 승려 자격시험 공부를 시작해, 그해 연말 시험을 통과했다. 그리고 바로 이보다 훨씬 어렵다고 하는 주지 시험에 도전했다. 하루 두세 시간만 자며 ‘반야심경’을 비롯한 수많은 경전을 외우고, 손으로 하는 수행언어인 작법(作法) 450여 개를 익히며 백일 수행을 반복한 끝에 1년 만에 시험에 통과했다. 외국 국적과 외국 이름을 가진 여성을 주지로 임명하는 문제로 종단의 고승들이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그를 주지로 인정했다. 주지가 된 뒤에도 극우주의자들의 협박 전화는 끊이질 않았다. 특히 1~2년 새 한일 관계가 악화됐을 때 더 잦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라거나 대일사만 빼고 시코쿠 사찰 순례를 하겠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죠. 전통축제인 아와오도리에 제가 이끄는 무용단이 외국 무용단으로는 최초로 참가를 하게 되자, ‘어디 저고리를 입고 일본 전통축제에 들어가느냐’는 항의도 받았어요. 그 속에서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건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아들과 인간은 평범하고 평등하다고 믿는 남편, 그리고 제 춤을 보기 위해서 일본 각지에서 도쿠시마로 찾아오는 일본인들 덕분입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공연에도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김씨의 춤추는 모습을 접하고 찾아온 관객들이 있었다. 10여 년간 김씨에게 한국 전통무용을 배운 일본 여성 10명도 공연 무대에 올랐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큐슈에서 온 카야 이즈미(37·교사)씨는 “서너 해 전 한국 여행을 갔다가 전통음악과 무용 공연을 본 이후로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온라인에서 김묘선 선생님의 춤을 본 뒤에 반해서 도쿠시마까지 찾아오게 됐다.”고 했다. 공연이 열리기 며칠 전 김씨는 스승인 이매방 선생을 떠나보내는 장례를 치렀다. 그는 “이번 공연은 한일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의의가 있지만, 나한테는 스승님을 기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자신의 춤을 세상에 널리 알리라는 스승의 뜻을 기리는 시작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일부 사람들은 일본에 살고 있는 제가 이매방 선생님의 전수교육조교라는 데 불만을 갖고 있어요. 한국 춤을 추면서 정작 한국에 없다는 거예요.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승무가 세계에 알려지길 원하셨고,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돼서 계속 보존되길 원하셨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한국 관객을 위해서만 춤을 추는 건 의미가 없지요. 이 공연 끝나고 저는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워크숍과 공연을 합니다. 곧 성인이 될 아들에게 절을 물려준 다음에 세계를 무대로 춤을 출 겁니다.” - 변희원 기자 chosun.com -




~ ♪ Beautiful Dreamer - Mandy Barnett ♪ ~
2016.08.12 10:42:30 | 내 블로그 담기
적경   글 잘읽었습니다.
묘선 선생님의 바람이 원만히 이루어 지길 기도합니다.
2016.08.15 16:13:35
애국   다녀가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
2016.08.16 08: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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