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병과 고통이 올 때 그것은 '나쁜 것'이라고
그래서 빨리 치료해 없애야 할 것쯤으로
성가시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우선 몸이 안 아프기만을 바라고,
온갖 약을 써서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 혈안이 되곤 한다.
몸이 많이 아플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고,
또한 아픈 것이 지금은 최선이기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오히려 그것을 빨리 사라지게 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말하는
인디언 영혼의 치료사
'구르는 천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행하는 것들이
때로는 좋은 일이고 또 때로는 나쁜 일들이다 보니,
우리 안에는 맑고 청정한 기운이 순환함과 동시에
탁하고 어둔 기운으로 순환이 막히기도 하는 것이다.
병이란 바로 그 탁한 기운, 혹은 업식들이
병과 고통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 안에서 빠져나가려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모처럼 우리 안에 맑은 순환을 돌리기 위해
탁한 것들을 빼내려는 자정의 작용이요,
우리를 돕기 위한 몸의 배려다.
어쩌면 그 병이 일어나지 않고,
고통받으며 아파하지 않는다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아플 때는 아플 만할 때가 되어 아프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충분히 아파 주는 것이 좋다.
병 또한 나를 돕기 위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아픔도 빨리 가라앉고
우리 안의 정신도 맑게 정화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몸의 막힌 기운이 병으로 나오는 것이
내적인 자성불(自性佛)의 배려라면,
세상의 일로 아파하고 좌절하고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은
외적인 법신불(法身佛)의 자비로운 배려라 할 수 있다.
몸의 병으로 아파하든,
아니면 세상의 일 때문에 힘들어하든
그 순간은 닦을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며,
영적으로 성숙을 맞이할 수 있는 고마운 순간이다.
그 아픔을 통해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고,
내 안의 잠복해있는
온갖 병들을 치유할 수 있으며,
내적인 악업들을 닦아낼 수 있는 계기를 얻는다.
이처럼 세상 모든 일은 크게 보았을 때,
진리의 눈으로 보았을 때,
'긍정' 아닌 것이 없다.
그러니 거부하지 말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물 흐르듯 자성의 흐름에 일체를 내맡기고 함께 흐르라.
마음을 그렇듯 크게 대긍정으로 돌리는 사람에게는
병도 나의 스승이요,
아픔도 나를 위한 좋은 약이 된다.
--- 법상스님 ---